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맥주를 사려면 신분증 확인을 세 번 거쳐야 합니다."
국내 최초로 패스트푸드점에서 맥주를 파는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판교점에는 지난 22일 오픈 기념행사 등으로 인근에 위치한 카카오, 안랩, 한글과 컴퓨터, 엔씨소프트 연구개발(R&D) 센터, 쿠팡 등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몰려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성년자들이 자주 드나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류를 판매해 이들의 접근이 쉬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 시키기 위해 맥도날드 측은 세 번의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맥주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버맥(버거+맥주)'을 즐기려면 꼭 시그니처 버거 세트를 구매해야 한다. 일반 햄버거 세트는 맥주를 구매할 수 없다. 세트 당 맥주 한 잔만 주문이 가능하며, 추가 주문은 불가능하다. 두 잔을 먹기 위해서는 두 개의 세트를 구매해야 한다. 맥주는 340·640㎖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그니처 버거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메뉴 선택을 위해 무조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한다. 이때 음료를 맥주로 바꾸려면 안내 직원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주문을 마치면 계산대에서 다시 신분증 검사를 한 뒤 계산을 진행한다. 이후 맥주를 받기 전 또 신분증 검사를 거쳐야 마침내 맥주를 받을 수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미성년자를 동반하면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 등 미성년자가 주류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많이 해놨다"며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감안해 일반 매장과 달리 직원들도 미성년자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가끔 미성년자인 학생들과 어린 아이를 동반한 엄마가 눈에 띄었지만 주변에서 다른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두 아이와 이 매장을 찾은 이씨(서울시 논현동·36)는 "평소 아이들과 치킨집을 가서 맥주를 마시기 때문에 햄버거 집에서 맥주를 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햄버거와 맥주의 조합에 반색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20대 대학생인 김모 씨는 "일반적인 햄버거 가게와 달리 맥주랑 햄버거를 즐기니 외식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맥도날드에서 커피·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해 품목이 겹치는 가게의 경우 조금은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집객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맥도날드가 입점한 상가에서 감자탕 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주변이 다 오피스 건물이라 주말 상권이 워낙 안 좋은데, 맥도날드로 인해 주말에도 집객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상인들의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판교점에는 오픈 전 언론을 통해 맥주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버맥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고객도 있었지만 시그니처 버거를 체험하기 위해 찾은 고객들이 더 많았다. 실제로 오후 3시까지 맥주는 30잔 정도만 판매됐지만, 점심시간에는 시그니처 버거 주문을 위해 30분 이상 순서를 기다리는 고객의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판교점은 평일은 오후 10시 30분, 주말은 0시까지 영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