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부진의 늪에 빠진 수출이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온기가 불었던 내수조차 위축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현 상황을 경고하고 나섰다.
KDI는 4일 발표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일부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내수와 수출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작년 1월 이후 1년여만이다.
KDI는 민간소비의 개선세가 아직 유지되고는 있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정부가 내놓은 소비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지만 10월(8.3%)과 11월(5.6%)에 비교하면 회복세가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말 끝난 소비활성화 대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그간 소매판매 회복을 주도했던 국산 자동차 내수판매가 1월 중 전년동월대비 4.8%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1.5%포인트 재인하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지난해 8월 말부터 4개월간 한시적으로 개소세를 인하한 바 있는데 이를 다시 6개월 연장한 것이다.
인하 혜택은 올해 1월 이후 제조장 반출이나 수입 신고한 것까지 소급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0% 줄며 전달(-4.9%)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설투자에서는 건축부문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작년 12월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이 전년 같은 달보다 12.2%나 증가했지만, 현재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건설업 전반에 부담이 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문제는 수출이다.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깎아내린 수출은 새해 들어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액은 36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8.5%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있던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KDI는 "수출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가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주력 품목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부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1월 수출이 폭락한 것에 대해서는 "주요국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조업 일수가 감소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일 평균 수출액이 전월(-14.1%)에 이어 큰 폭(-15.4%)으로 감소한 것은 조업일수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 보건·사회복지 등을 중심으로 아직까지는 최근의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광공업 생산 및 출하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둔화된 데 기인해 감소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KDI는 지난달 말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조사 때의 2.8%보다 0.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대외 여건도 워낙 좋지 않고 경기 하방 압력이 크다. 정부의 '미니 부양책'도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수출이 더 안 좋아지고, 내수도 점차 내려올 것으로 보여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