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는 ‘치즈인더트랩’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의 단짝, 장보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홍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의리파다. 남자후배 은택(남주혁)과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데, 홍설이 불편해할까 봐 은택의 절절한 구애도 애써 외면할 정도다. 친구 일이라면 열일(심지어 사랑마저도 말이다) 제쳐놓고 제 일처럼 발끈하는 모습을 보자면 ‘내게 보라 같은 친구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캐릭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 박민지를 좋은 친구로 대해주시는 게 신기하고 좋아요. 며칠 전에는 청계천을 거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여자분이 ‘언니~’하며 뛰어와 제 손을 잡고 방방 뛰더라고요. 당연히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누구더라’하며 기억을 더듬었는데, ‘언니, ‘치즈인더트랩’ 너무 재밌어요. 언니, 너무 팬이에요’ 하더라고요. 제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던 거겠죠? 작품이 잘될 줄은 알았는데, 저까지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요.”
2005년 영화 ‘제니, 주노’에서 뜻하지 않은 임신에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여중생으로 데뷔, ‘열여덟 스물아홉’ ‘피터 팬의 공식’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거치며 성장통을 치르고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소녀의 내면을 연기했다. 드라마 ‘최강! 울엄마’, ‘결혼의 꼼수’, ‘남자가 사랑할 때’, ‘신의퀴즈’까지…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갔지만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어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
주연 배우 중에 가장 많은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스스로를 칭찬을 해달라는 요청에 “연기와 시간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뽐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기어코 작품에 필요한 만큼만 연기해내는 그에게는 과한 겸손임에도 박민지는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데뷔작 ‘제니, 주노’가 1막을 열어줬다면, ‘치즈인더트랩’은 제 연기 인생의 2막을 열어주는 작품이죠. 드라마가 흥행해 제게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의미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에요, 이제 더 진지하게 연기하겠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무게감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보라 같은 친구 있었으면’하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보라 같은 배우가 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