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취약한 현재 경제체질로는 선진경제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어젠다들은 어떠한 정치나 사회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먼저 상의 회장단들은 구시대적 낡은 관행을 벗자는데 뜻을 모았다. 반기업정서가 상당부분 후진적 업무프로세스와 구시대적 기업문화 때문이라 봤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맥킨지와 공동으로 100개기업 4만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주5일중 이틀 넘게(2.3일) 야근하고 있었다. 한국의 기업문화수준은 글로벌 하위 25%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이같은 야근문화의 원인에 대해 의식이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근뿐 아니라 보고문화, 소통문화, 여성근로 등에도 아직도 후진적 문화가 많이 잔재한다고도 답했다.
최원식 맥킨지 대표는 개선방안에 대해 “피상적, 단편적 처방이 아닌 가슴에 와 닿는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CEO 대상 관심유도와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선진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포지티브규제 등을 선진형 규제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규제개혁위원회 간사)는 “사전규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효성이 점차 낮아져, 자칫 반 창의적 분위기마저 고착될 수 있다”며 민간이 자기책임하에 운영하는 자율규제나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도 “미국, 영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규제의 근본 틀을 바꾼 덕분에 오늘도 수만가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사업화된다”며 “하지만 ‘정해준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우리의 규제 틀에서는 어떠한 혁명적 아이디어가 수용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재작년만 해도 사전규제의 사후규제화, 포지티브규제의 네거티브화 등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묻혀있다”며 “여야간 이해상충이 크지 않은 만큼 19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조속히 통과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서비스 발전이 곧 일자리 창출 의견에 공감했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GDP의 60% 수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진입 시점이었던 프랑스의 95년(72.7%), 영국의 98년(71.1%)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며 “규제개선, 신사업 발굴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을 OECD 평균(72.2%)까지만 높여도 64만개의 일자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나이트클럽 관광명소 육성론도 나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 나이트클럽은 세계 6위에 랭크돼 젊은 유커들이 하루에 8000만원을 쓰고 갈 정도”라며 “DJ, 바텐더 등 청년문화 트렌드에 적합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에도 유흥업소로 분류돼 은행융자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6개월마다 중장기 어젠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어젠다도 발굴할 계획이다.
이날 박용만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률을 펼쳐놓으면 10년마다 1~3%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은 OECD 34개국중 최하위”라면서 “부정부패근절, 관료행정비용, 재산권 보호 등 제도경쟁력은 미국, 독일의 2만7000달러시기(한국 1인당 GDP)보다 취약하다”고 밝히고, 장기 어젠다(agenda: 의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대한상의는 어젠다의 방향을 잡아주고 각계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10년을 내다보고 마일스톤(Milestone, 몇 마일이 남았다는 이정표)을 세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수개월내에 중장기경쟁력지수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공표하겠다는 것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경제주체 모두가 자기성찰을 통해 환경변화에 끊임없이 반응해야 장기생존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며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한상의가 이음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