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종 PEF들이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이들 PEF들이 앞장서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조차 손을 못대는 산업계 구조조정을 민간이 나서 진행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2월 제도 도입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온 PEF는 2014년 말 기준 총 277개, 총 출자약정액은 52조원에 달한다. 특히 연기금의 막강한 자본력이 유입되며 PEF들은 덩치를 키워왔다. 현재 연기금의 PEF 투자 비중은 2014년 기준 51%에 달한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민간부문의 구조조정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것과 달리, 이들 PEF는 적극적인 투자로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웅진그룹이 보유하던 코웨이를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것을 꼽는다. 지난 2012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극동건설 인수로 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웅진코웨이를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인 MBK파트너스에 1조1900억원에 매각했다.
MBK파트너스는 3년간 회사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했고, 인수가격의 세배인 약 3조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MBK는 차익실현을 위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0.9%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또 두산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2008년 두산테크팩 지분 100%를 MBK파트너스에 4000억원에 매각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동부그룹은 보유중이던 동부익스프레스를 큐캐피탈과 손잡은 KTB프라이빗에쿼티(PE)에 3100억원에 매각했고, 동양그룹은 2014년 7월 동양매직을 2799억원에 엔에이치(NH)글랜우드PE에 매각했다.
최근 눈에 띄는 사모투자회사의 움직임으로는 해운사 인수가 꼽힌다. BDI(발틱운임지수)가 300포인트 중반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불황을 기록중이지만, 매물로 나온 사업체를 인수하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한앤코홀딩스는 한진해운 벌크 사업부가 물적 분할돼 신설된 에이치라인해운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에이치라인은 최근 현대상선의 벌크부문 인수에도 나섰다.
건설업 침체로 부진했던 시멘트업계에서도 PEF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지분을, 글랜우드PE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지분 인수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PEF가 전략적 투자보다 재무적 투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M&A 시장의 현주소 보고서’를 통해 “PEF는 기업구조조정 M&A에 뛰어들 만한 인적 자본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케이블 방송업체인 씨앤엠 사례처럼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위해 대량 해고를 비롯, 과당경쟁 등으로 시장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PEF의 역할이 크게 눈에 띈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PEF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도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