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특별 승진'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이벤트는 성과주의 도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0일부터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에서 직급별 평균연한과 관계없이 승진시키는 게 골자다.
농협은행의 이같은 파격 인사는 지난 4일 취임한 이 행장의 특별주문에 따른 것이다. 이 행장은 취임일성으로 '성과주의 확대'와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내부적으로 불명예스럽게도 출범 이후 농협은행은 단 한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능력있고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이 보상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EB하나은행도 탁월한 영업 성적을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승진시켰다. 이 중에는 정규직 전환 11년 만에 과장으로 고속 승진한 '아르바이트' 출신 은행원도 있었고 12년간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4개월 만에 대리로 오른 은행원도 있었다.
호봉에 관계없이 책임자급(과·차장)에서 관리자급(부·팀장)으로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행원에서 책임자급으로 특별승진시키는 건 하나와 외환은행 사상 처음이다.
특별승진자들은 수신상품 판매, 신용카드 유치, 펀드, 방카슈랑스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등 주로 영업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성과주의 문화를 앞서 도입·시행한 신한은행은 오는 27일 정기인사가 예정돼있다. 신한은행은 기존 성과제도의 폭과 확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도입 주문에 응답하면서도 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늘리는 등 급여체계의 경우 노동조합의 반대에 손대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파격 인사가 성과주의의 근본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 평가에 있어서 영업실적 등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성과주의가 제대로 도입되려면 직군에 따른 세심한 평가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