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 여부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후 판단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4일 진행된 신년 간담회 자리에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후 M&A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M&A는 SO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어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LG유플러스가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해 인수합병 후 유료방송 요금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GUPPI(Gross Upward Pricing Pressure Index, 가격인상압력지수)는 케이블TV 요금 인상에 따른 전환율, 케이블TV 대비 IPTV 요금비율, IPTV 마진율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학계에서는 GUPPI가 10% 이상이면 요금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GUPPI가 5% 이내인 M&A의 경우에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GUPPI는 기업간 M&A에 따른 상품가격 인상 가능성 정도를 나타낸 지수로, 이 수치가 높을 수록 합병기업의 요금인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1위 업체인 애실로’가 2위인 대명광학의 주식취득을 심사할 때 GUPPI가 20%에 달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내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이 주관해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서비스 권역에서 1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약 두 달 간 진행했다. 본 연구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 중 M&A 후 요금이 5% 인상되더라도 LG유플러스, KT, 타 SO 등 다른 방송상품으로 변경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가입자도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업자로 변경하겠다는 응답은 33%에 그쳤으며 이용요금이 30% 올라도 타 사업자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4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설문결과는 소비자들이 유료방송 선택 시 이용요금 보다는 보조금이나 경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다 약정 위약금 부담, 가격비교 정보부족 등의 이유로 대체상품으로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흡수한 후 케이블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타 사업자 서비스로의 전환이 많지 않아 사실상 SK텔레콤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요금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A에 따른 국내 통신시장 구조변화를 자체 분석한 결과, 합병 시 3년 이내에 SK텔레콤이 경쟁사들을 압살하고 통신시장 전반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통통신 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KT망 알뜰폰 가입자 흡수,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등으로 49.6%의 점유율이 2018년 최대 5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방송결합상품 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 가입자의 결합상품 가입비중이 SK브로드밴드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게 되면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5년 44.9%에서 2018년에는 최대 70.3%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합병 즉시 CJ헬로비전 초고속 가입자 확보, 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 중 SK 초고속 미가입자 추가 가입 유도 등을 통해 25.1%의 점유율을 2018년에는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두 기업간 결합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알뜰폰 1위 사업자간 결합임과 동시에 지역 유선방송 1위 사업자와 전국 IPTV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 7조 4항의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제 16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인 경우 합병불허(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처분, 영업양도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요소인 ‘경쟁제한성’은 결합당사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 50%이상 △해당시장 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 3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SK텔레콤은 이번 기업결합으로 KT의 알뜰폰 가입자 매출 흡수 등을 통해 가입자 기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1.1%가 되므로 경쟁제한성 추정기준인 ‘점유율 50%이상’ 요건에 해당한다.
또한 2위인 KT와의 점유율 차이가 법정 기준보다 크다. 즉, KT와의 점유율 차 22.3%가 SK텔레콤 점유율 51.5%의 1/4인 12.8%5보다 크고, 합병 후에도 SK텔레콤이 여전히 이동통신시장에서 부동의 1위라는 점 등 3가지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방송권역 중 14개 권역이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되며, CJ헬로비전 전체 방송권역에서 독점적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기업결합이 대기업 브랜드 파워와 알뜰폰의 저렴한 가격을 이용해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독행기업(Maverick)’ CJ헬로비전을 영구 제거한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독행기업은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으로 타 사업자들의 협조행위(담합)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음다. 독행기업이 제거될 경우 시장경쟁 감소 및 담합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경쟁사 M&A를 통한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는 다른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배제하면서도 가입자 이탈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반(反)경쟁적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시장독점 전략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가격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합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권 부회장은 “이번 M&A로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싼 값의 알뜰폰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취지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