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빅쇼트’ 사기와 어리석음의 차이

2016-01-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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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2008년, 세계를 ‘멘붕’에 빠트린 세계 경제 붕괴 전 금융권이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들이 있다. 바로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벤 리 커트다. 금융권의 사기를 눈치챈 4명의 괴짜 천재들은 20조의 판돈으로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도박을 벌인다. 영화 ‘빅쇼트’(감독 아담 맥케이·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의 이단아이자 캐피탈 회사의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어느 날 세계 경제의 붕괴가 올 것을 예견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을 상대로 신용부도스와프를 매수해 은행원들의 비웃음을 사고 클라이언트에게 비난을 받지만 확신에 찬 판단과 추진력으로 세계 금융 붕괴가 올 것을 주장한다.

도이치뱅크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마이클 버리의 투자 소식을 듣고 주택시장의 이면을 간파, 은행들이 홍보 중인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역행하는 공매도를 주도한다. 그는 비관적인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을 찾아가 금융 시장의 거품과 위태로운 미국 주택 시장을 어필하고 마크 바움은 실제 허술하기에 짝이 없는 금융시장의 실체를 목격한다.

비슷한 시기, 과거 대형 은행의 트레이더로 일했던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역시 젊은 자산 관리사 제이미 시플리와 찰리 겔러를 도와 공매도를 매수한다. 세계가 곧 멸망할 것이라 믿는 그는 세계 경제의 판도가 뒤바꿀 것이라 믿으면서도 은행의 무책임한 태도에 격분한다.

‘빅쇼트’는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 주식 용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영화는 2008년 전 세계를 흔든 금융 위기에 대한 실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빅쇼트’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연상하게 하는 촬영 기법과 배우들의 인터뷰 삽입으로 실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CDO, 공매도 등 주식용어에 관해 설명한다. 이 같은 인터뷰 및 배우들의 내레이션, 그리고 관객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은 극의 몰입을 깨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집중과 강조처럼 느껴진다.

또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 아담 맥케이는 마이클 루이스의 소설을 ‘빅숏’ 원작으로 재치 있고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간다. 눈여겨볼 것은 지루할 틈이 없는 전개 방향과 화려하고 현란한 촬영 및 편집 기술이다. 특히 이미지들을 나열하고 충돌시키는 방식의 편집 기술은 영화를 더욱 화려하고 또한 세련되게 만든다.

세계 금융 위기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빅쇼트’의 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극 중 마크 바움은 “사기와 어리석음의 차이가 무엇이냐”며 격분하고, 금융권에 대한 경멸과 국민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숨겨진 진실을 추적해가는 과정과 더불어 영화의 메시지를 강렬하고 또한 간결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빅쇼트’ 배우들은 주·조연 가리지 않고 매력적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한다. 비관적이고 강박적인 인물들이지만 상황을 더욱 재치 있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연기는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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