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봇, 소리'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2016-01-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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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 녀석이 제 딸을 찾아 줄 것 같습니다.”

2003년 대구. 평범한 가장 해관(이성민 분)의 딸 유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관은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10여 년간, 애를 태운다. “유주를 본 것 같다”는 한 제보자의 말에 덜컥 섬으로 향한 해관은 우연히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와 만나게 된다.

목소리를 통해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로봇을 보고 일말의 희망을 품게 된 해관은 로봇 ‘소리’와 동행에 나서고 소리의 활약으로 유주의 흔적에 한 걸음씩 가까워진다. 그 시각, 사라진 로봇을 찾기 위한 무리들 역시 소리와 해관에게 점차 가까워진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제작 영화사 좋은날 디씨지 플러스·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버지 해관과 딸 유주, 그리고 로봇 소리의 성장영화이자 일종의 로드 무비다.

영화는 낯선 소재를 익숙한 감성으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감동을 더한다.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과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만남과 교감, 소통은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발현한다. 시종 티격태격하는 둘의 호흡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극의 몰입을 높인다.

주연배우인 이성민과 로봇 소리의 호흡은 단연 일품. 머리의 움직임과 시선, 자유로운 감정표현을 구현하는 소리의 재롱(?)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느껴진다. 여기에 이성민의 아버지 연기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이 대단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벌이는 오류, 로봇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시종 잔잔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더하며 딸을 찾기 위해 하나씩 풀어가는 퍼즐 역시 흥미로운 형태를 가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의 후반부다.

절정으로 치달아야 할 부분은 힘이 모자라다 보니 억지스러운 전개를 끌어오고, 때문에 종전까지 이어오던 뭉클함은 힘을 잃는다. 또한, 섬세하고 입체적인 소리와 해관의 캐릭터에 비해 나머지 캐릭터들은 활약 역시 미미하다. 특히 해관과 소리를 돕는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소속 박사 강지연(이하늬 분)은 그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소모적인 캐릭터로 전락했고, 유일한 악역(?) 국가정보보안보국 소속 요원 신진호(이희준 분) 역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 매력적인 성격을 가진 두 캐릭터가 화려한 등장에 비해 초라하게 퇴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력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속내를 섬세하게 연기하는 이성민과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변화를 드러내는 심은경의 목소리 연기, 그리고 매력적인 이하늬의 능청과 ‘오빠생각’과는 확연히 다른 톤을 가진 이희준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과 뭉클한 스토리, 참신한 캐릭터를 통해 극장가를 따듯하게 만든다. 1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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