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구체적인 부자 증세 카드를 들고 나섰다. 개인 이메일 사용,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기세가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향후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주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연 수입이 500만 달러(약 60억 33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4%의 추가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보도했다.
클린턴 후보는 그동안에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 가능성을 언급해왔지만 구체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산층에 대한 세금 정책 등 또 다른 세금 관련 공약은 다음주 안에 제시될 예정이다.
이 발언은 같은 당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지율을 바짝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나온 얘기라 배경에 주목된다. 다음달 진행되는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글라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은행개혁과 투기규제 관련 법률) 등을 사이에 두고 샌더스 후보와 격돌하고 있다. 특히 샌더스는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좌파 인사로 꼽히는 만큼 클린턴 후보도 증세라는 이른바 좌파 정책을 꺼내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소득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헬스케어 비용 억제, 부자 감세 완화 등 사회 불평등 해소 정책을 강조해왔다. 지난달에는 네브라스카 주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버핏세'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버핏세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11년 제안한 것으로, 고소득자들에게 30% 이상의 세율을 물리는 세금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