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11일 "피고인과 와일드캣 제작사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의 고문계약에 헬기 선정 의사권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AW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AW가 김 전 처장에게 접대 명단을 달라고 하는 등 그에게 단순 조언자를 넘어서는 역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 역시 AW 측에 해군참모총장, 국방장관과의 친분이나 청와대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등 자신이 공무원의 직무에 대해 알선을 하고 금품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김 전 차장은 합법적 고문 계약에 따라 한국의 헬기도입 관련 정보를 AW에 제공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수수한 고문료는 정보 제공의 대가와 함께 알선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처장은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와일드캣 선정 로비를 한 뒤 AW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65억원 상당을 약속받고 14억여원을 실제로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와일드캣이 해군의 작전요구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시험평가가 통과된 정황이 이후 포착됐고, 당시 선정 과정에 연루된 김 전 처장과 해군 고위 간부들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 전 처장은 외국계 방산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 제27대 국가보훈처장을 지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의 고등학교 선배인 변호사를 썼다가 재판부가 바뀌자 다시 새 재판장과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