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최초 여성임원 이진철 상무보 “진심 통한 순간 일·사람 모두 잡았죠”

2016-0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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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철 현대중공업 상무보[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진심이 통하는 순간, 일과 사람을 모두 잡았어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창사 이래 첫 여성임원에 선임된 이진철 현대중공업 전기전사시스템사업본부 이진철 상무보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비결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니,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여성이 발을 붙이기 힘들었던 한국 사회에, 더군다나 남자들의 세계로 여겼던 조선업계에서 임원으로 올라선 이 상무보의 성과는 의미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내보 신년호에 이 상무보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소개된 그의 성공 비결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이 상무보는 기업들이 남녀 구분 없는 공개채용을 선언하던 1994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 계약관리부로 입사했다. 이후 10여년 정도 인사, 총무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3년 전력기기 해외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고객들과 만나면서 이 상무보가 깨달은 것은 ‘영업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 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기간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며, 승부근성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무보가 처음 담당한 지역은 미주지역, 특히 미국 동부지역에 영업활로를 개척하는 일이었다. 당시 미국 서부를 시작으로 중부의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었으나 동부지역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는 업체 선정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미국 전력청으로부터 입찰자격을 따내야 했다. 첫 출장 당시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한 전력청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미팅시간은 고작 15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로비에 쪼그리고 앉아 미팅을 준비하고, 노트북 화면까지 열어놓은 채 회의실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필사의 노력에도 “추가업체 등록은 고려치 않는다”는 답변을 안고 나왔을 정도로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연락하고, 찾아가며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 미팅시간이 15분에서 30분으로, 30분에서 1시간으로 점차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상무보는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됐던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

그 일로 영업의 매력을 알게 된 이 상무보는 ‘끈기와 열정’이라는 자신만의 영업 철학을 실천하며 미국의 뉴저지주 전력청(PSE&G), 플로리다 전력공사(FPL), PPL, 벡텔(Bechtel) 등 고객사와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왔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 상무보는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해가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을 뒤로하고 영업 현장으로 나설 때마다 느꼈던 미안함과 안타까움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터. 다행이 가족들은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이해해줬고, 아이들이 조금 자라고 나니 육아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유능한 여자 후배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들어 하다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이 상무보는 “가정과 육아는 시간이 흐르면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출산 후 3~4년 정도만 잘 견뎌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도 평일에는 회사에 충실하되, 주말이면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단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그를 끌고 온 것은 ‘초일심 최후심(初日心 最後心)’, 즉 처음의 마음가짐이 최후의 마음가짐과 같아야 한다는 좌우명이다. 이 상무보는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하는 순간 일과 사람 모두가 자신에게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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