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이 일본, 중국과 비교해 크게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은 저유가 기조를 해외 자원 확보의 기회로 삼아, 향후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최근 발간한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나서는 반면 한국은 공기업 부채감축,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의 문제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기조에 따라 일본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4.7%에 달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자원개발률이 14.4%로 일본의 약 절반 수준에 정체돼 있다. 유연탄, 동, 철광 등 전략광물 자원개발률도 2014년 기준 한국은 32.1%인데 반해 일본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위축의 원인 중 하나로 일본보다 현저하게 낮은 정부 예산과 정책금융 지원을 꼽았다.
한국 정부의 올해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2015년 3594억원에 비해 약 73% 삭감됐다. 이에 반해 일본은 올해 한국보다 6배 이상 많은 632억5000만엔(약 5898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15년에 비해 13% 증가한 금액으로, 일본 정부는 최근의 원유가격 하락을 우량한 자원권익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책금융을 통한 자원개발 지원 규모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일본석유천연가스광물자원기구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을 통해 2만2810억엔(약 22조7000억원)을 지원한 반면, 한국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해 8.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경련은 "에너지 빈국이자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해외자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성공불융자금(전략적 가치는 높지만 리스크가 높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공공 또는 민간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을 확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등 주요국 수준으로 관련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면 민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 올해 일몰이 예상되는 세제지원의 기한 연장도 필요하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무엇보다 자원개발사업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석유화학·정제산업과 같이 한국이 주로 진출한 석유산업 하류부문의 제품경쟁력이 후발국의 추격으로 약화된 상황을 감안할 때,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상류부문인 자원개발산업으로 한국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상류부문 산업의 경쟁력이 열악한 한국은 현재의 저유가 상황을 해외자산 확보 및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저유가 상황이야 말로 해외자원개발의 적기로,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개미식 투자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해외자원개발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질적 역량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