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 다이노’ 김재형 애니메이터, 관객을 믿게 만드는 방법

2016-01-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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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호호비치]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상상은 자유롭다. 아이는 모르는 장난감들의 세상(‘토이스토리’)과 아이들의 겁으로 먹고사는 괴물들의 회사(‘몬스터 주식회사’), 인간에게 납치된 아기 물고기를 찾아 나선 아버지의 모험(‘니모를 찾아서’) 등 픽사가 만든 세계는 어디든 확장될 수 있고 어디든 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무수한 고민과 실패,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최근 아주경제는 영화 ‘굿 다이노’(감독 피터 손·수입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전 “허구를 실제로 믿게 하는 일”을 맡는다는 김재형 애니메이터를 만났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의 길을 가기로 결심, 레지던트 1년차에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 입학했다. 그는 2006년 픽사에 입사해 ‘토이스토리’, ‘라따뚜이’,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등의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사진=호호호비치]

다음은 김재형 애니메이터와의 일문일답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실사 영화로 따지면 배우들이 하는 역할을 한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저희를 위해 인형을 준비해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것들의 뼈대를 만들고 포즈를 만들고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메인 비주얼 파트를 담당했는데 어떤 장면을 맡았나?
- 알로와 스팟이 베리 열매를 따기 위해 절벽을 건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알로가 바닥에 떨어지는데 상황 자체는 말이 안 되는데 떨어지는 모습이나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믿게 하여야 한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추가하면 말이 안 되는 상황도 믿게 된다.

픽사 이전에는 블리자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액션 작화에 능통한 것 같은데
- 액션만 강한 건 아니다. 사실 픽사 밖에도 잘하는 애니메이터들이 많다. 블리자드도 마찬가지다. 저 같은 경우 블리자드에서 겪어본 액션, 액티브한 동작들과 픽사의 감성, 스토리를 접목시킬 수 있다. 많이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이 있었다.

[사진=호호호비치]


상상을 실제처럼 믿게 하는 일이라는 말이 인상 깊다. 그 과정을 자세히 말해준다면?
- 캐릭터들의 연기를 시키면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 우리 몫이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콘셉트여도 믿게 하여야 한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동작을 많이 연구하는 편이다. 참고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이미 만들어진 창작물이 아니라 실제 동물들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본다. 예컨대 알로 같은 경우 몸통은 커다란 동물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목 위쪽은 기린을 따서 만들었다. 기린이 긴 목으로 밭을 간다면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연구하는 것이다. 개연성 없는 장면들을 만들면 안 되니까 신경 써서 만들고 있다.

과거 의사 경력이 있으니 뼈 구조 등에 익숙하겠다
- 수의사는 아니었으니(웃음). 그래도 해부학적 구조가 있어서 도움이 안 된 건 아니다.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많은 연구를 한다. 사람 캐릭터 같은 경우는 특히 더 도움이 많이 된다.

가장 압박을 느낀 부분과 반대로 뿌듯함을 느꼈던 부분은?
- 감독님이 애니메이터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의 힘든 부분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를 어렵게 하거나 압박을 주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힘든 점을 꼽자면 처음 시작하는 연기가 힘들다. 캐릭터도 익숙하지 않고 제일 처음에 받는 샷이 힘든 것 같다. 성취감이라고 하면 그 힘든 일을 끝낼 때다.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감독님이 한국말을 하실 순 있지만 많은 애니메이터가 있을 때 한국말로 대화할 수는 없다. 모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까. 보통 영어로 대화하는데 마지막으로 파이널샷까지 통과하고 감독님이 허가를 내려주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더라. 뭉클한 게 있었다.

[사진제공=호호호비치]


의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너무 늦게 시작한 게 후회될 때는 있었다. 제가 인턴을 했을 때 33살이었는데 당시 대학교도 졸업 안 한 20살 애들과 함께 했다. 늦게 시작한 제가 많은 부분을 따라잡으려고 했고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는 있었다. 그리고 후회하면 안 되는 것이 의사가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과 건강이 직결되는 일인데 제가 애니메이터를 하다가 다시 돌아가야지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처럼 애니메이터의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제가 처음 애니메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 픽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근처에 모교가 있어서 학생들과 접촉할 경우가 있는데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픽사만을 위해 공부하다가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공부할 때는 꿈을 크게 갖되 실제 일할 때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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