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야권분열의 아픔을 성큼 뛰어넘어 낡은 정치를 허물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일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4선 중진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야말로 현 단계 최고의 정치개혁”이라며 “정치재편을 통해 정권교체의 소명을 실천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탈당 후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신당 창당에 나선다.
그러면서 “‘온건합리와 중도개혁’이 아니고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며 “이제 철 지난 민주와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二分法)을 버릴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 더민주를 탈당한 김영환 의원의 기자회견문
협궤열차(挾軌列車)가 달려갈 철길에 작은 침목(枕木)이 되겠습니다.
저는 오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납니다.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의 분당에 반대하여 민주당에 잔류했던 저는 2004년과 2008년 두 번 낙선하였습니다.
오늘의 야당분열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지난 날 민주당을 지킨 것과 지금의 탈당이 같은 씨줄과 날줄 위에 서있습니다.
오늘의 저의 선택이 또 올바른 선택인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한지에 대해 수많은 갈등과 번민의 밤을 보냈습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당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고, 당을 바꾸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해 왔으나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개 숙여 국민과 안산시민께 이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이제 야권분열의 아픔을 성큼 뛰어넘어 낡은 정치를 허물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일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합니다.
정권교체야말로 현 단계 최고의 정치개혁입니다. 정치재편을 통해 정권교체의 소명을 실천하겠습니다.
우리의 정치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성장동력이 고갈되었습니다. 국민은 이념, 지역, 계층, 세대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민주주의는 후퇴를 거듭했고,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서 보듯 남북관계는 극도로 불안하고, 민생파탄으로 국민들의 삶은 절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제 1야당에도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존립근거인 ‘정권교체’라는 희망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습니다.
개혁적 보수의 길을 버린 수구여당과 합리적 개혁에서 이탈한 낡은 진보 때문에 우리 정치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정치가 문제해결에 기여하기는커녕 갈등을 키우고 정쟁을 양산했습니다. 국민들이 넌더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정치권 모두의 반성과 성찰이 절실합니다.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덧셈의 예술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정치는 분열을 키우는 ‘정치절벽(政治絶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양당정치 구조를 혁파하고, 정치 재편을 통한 정치혁명의 길에 나서고자 합니다. 그것이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정치가 될 것입니다.
‘온건합리와 중도개혁’이 아니고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습니다. 이제 철지난 민주와 반민주,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二分法)을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지나친 투쟁주의 노선과 낡은 진보로는 오늘날 다변화된 사회와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금 시장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변화와 혁신이 광속(光速)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국민들의 하루하루의 삶의 영역이 곧 시장인데, 정치가 시장에서 유리되었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섞여 플랫홈을 만들고 창조와 도전이 실시간,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지금, ‘나를 따르라’식의 구시대의 리더십이 판치고 있습니다.
삶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면적인 것입니다. 민생과 괴리된 진보는 진보가 아닙니다. 거리에서의 투쟁을 의회로 수렴하는 것이 국회의 기능이고 역할인데, 오히려 끊임없는 장외투쟁으로 국민을 실망시켰습니다.
당의 결정과 의원총회 결의가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정 모르는 야당’이 되어 국민을 낙담시키고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에 헌신하였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라는 과분한 명예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야당이 보여주고 있는 운동권적, 관성적 투쟁주의와 그들만의 순혈주의, 뺄셈의 정치가 더 많은 국민의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여 정권교체를 가로막고 오히려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당내 비주류 의원으로 당의 변화를 위한 쓴소리를 해 왔으나 당내에 견고하게 또아리를 튼 진영논리와 패권정치를 극복하는 일에 턱없이 능력이 부족하였습니다.
두 번의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도, 반성하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정권교체의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이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새로 만들어 질 당과 기존의 야당이, 혁신의 방법과 노선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외연을 넓히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야권분열의 위험 속에서 새로운 정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총선을 보고 대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선을 보고 총선을 바라보는 긴 호흡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숨 막히는 정치의 어둠을 뚫고 달릴 새정치의 새벽 저는 협궤열차를 기다립니다.
그 기적소리를 위해 저는 철길의 작은 침목이 되겠습니다.
협궤열차를 타고 젊은이들이 통일과 번영의 깃발을 흔들며 달려올 것을 기대합니다.
기차는 정권교체의 간이역을 거쳐 조국통일의 종착역에 다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