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패션의 완성은 손톱...로레알 콧대 꺾은 집념의 한국인 CEO”

2016-01-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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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지난해 전세계 화장품 가운데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인코코에요. 여성들의 손톱 화장 시간을 단축시킨 아주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 샤넬과 인코코. 이 둘은 닮은 점이 많다. 일단 이름에 ‘코코’라는 두 글자가 같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혁신성’ 또한 닮았다. 샤넬은 여성들에게 불편한 코르셋과 치렁치렁한 장식을 벗기고, 짧은 치마와 남성적인 정장의 ‘샤넬 스타일’을 입혀 해방감을 선사했다. 인코코는 필름 형태의 매니큐어를 개발해 최소 1시간은 살롱 건조기 앞에 앉아 있던 여성들에게 시간적 자유를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두 브랜드의 경영자는 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을 후원한다. 샤넬의 어머니 가브리엘 코코샤넬과 박화영 인코코 회장의 이야기다.

[사진설명=박화영 인코코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코코는 여성들의 네일 관리 시간을 단축시킨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박화영(58) 인코코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메이크업과 옷이 패션의 완성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 전 세계 패션 리더들이 '손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인코코는 필름 형태의 매니큐어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매년 100% 이상 성장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를 아시아 진출 원년의 해로 삼아 2020년까지 한국과 중국에서만 연매출 15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했다.


◇ 성악가에서 불굴의 CEO로

인코코는 '붙이는 매니큐어' 한 품목으로 지난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1988년 박 회장이 미국 뉴저지 클리프턴에 설립한 드라이 매니큐어 제조 및 판매기업이다. 인코코 제품은 스티커처럼 떼어 손톱 위에 붙이면 되는데 기존 액상 매니큐어처럼 끈적이지도 않고, 최대 8시간의 건조 시간도 필요치 않다. 인코코는 '이노베이티브 코스메틱 콘셉트(Innovative Cosmetic Concept:혁신적인 미용 콘셉트)의 줄임말이다.


한국에서는 2013년 인코코코리아를 설립해 2014년 30억원, 지난해 약 100억원의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박 회장은 365일가운데 300일 이상은 미국과 중국·유럽·남미 출장길에 오르는 뷰티업계 가장 바쁜 CEO 가운데 하나다. 

박 회장 아버지는 일본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CEO였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그는 한양대학교 음대에 진학하면서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며 성악가로의 성공도 꿈꿨다.

하지만 암으로 인한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자전거 판매직원,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공기청정기 외판원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인코코 창업 아이템도 아르바이트를 가다 유대인 가게에서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서 떠올렸다. 

박 회장은 "1980년대 말, 뉴욕에서 유대인들이 네일숍을 많이 했는데 당시 네일 살롱을 보면 한쪽은 손톱 관리를 받는 여성, 다른 한쪽은 건조기 앞에서 꼬박 30분간 손톱을 말리는 여성들이 줄지어 있었다"며 "손톱을 후후~ 불면서 지루해하는 표정을 보고, 건조하는 시간이 필요없는 매니큐어를 개발해보겠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매니큐어를 구매해 종이 위에 붓고 나무젓가락으로 펴 말렸다. 최초의 시도였다. 필름 형태로 마르긴 했지만 뗄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스티커에 쓰이는 실리콘 종이 위에 매니큐어를 붓고 말렸다. 그랬더니 고스란히 떨어져 손톱에 붙었다. 그가 발명한 최초의 '붙이는 매니큐어'다.  

그러나 제품의 대량화는 쉽지 않았다. 음악가였던 그가 수많은 화학 공정과 엔지니어링, 특허 및 경영 등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987년에 첫 제품을 개발했는데 제대로 된 상품이 시장에 나온 건 2005년"이라며 "18년간 다단계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기계, 화학 등을 고시공부 하듯 독학으로 공부해 20개가 넘는 엔지니어링 특허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개발하다 미국 대기업 3M이 내 아이디어와 똑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개발비만 100만달러를 쓰고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때부터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얻고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집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매니큐어 필름을 대량생산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때까지 밀린 대금을 갚지 못해 공장을 압류당할 처지에 몰렸다. 그때 기적적으로 로레알그룹과 납품 계약을 맺게 됐다.

그는 "로레알과 계약해 밀린 대금을 다 갚고, 계약 후 6개월만에 로레알 측에서 '회사를 통째로 파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며 "당시 제안 금액이 1000만달러(한화 약 120억원)와 사장 대우, 월급 50만달러 등이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회장은 로레알그룹과 에이본·샤넬·디올·에스티로더·OPI·세포라 등 수많은 화장품 기업과 ODM계약을 체결하며 로레알이 제시한 금액을 1년만에 벌어들였다.

[사진=박화영 인코코 회장은 "인코코는 화장품과 옷, 액세서리 처럼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만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매니큐어 안하면 어색한 여성들…2020년까지 아시아권 1500억원 달성

박 회장은 "과거에는 배우나 가수 등 특정 직업 외에는 매니큐어를 바르는 여성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화장하는 여자들의 80%이상은 매니큐어를 바른다"며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해도 손톱에 색이 없으면 어색하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이끈 점이 바로 성장 동력이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화장품 시장은 현재 420조원 규모로 매년 2.7% 가량 성장하고 있다. 매니큐어 시장은 10조 규모로 지난 3년 평균 매년 5.6% 성장했다.

특히 BRIC을 중심으로한 개발도상국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인코코의 최근 3년치 성장률(20%)은 로레알그룹(7.1%) 보다 두 배 이상 높고, 1인당 1회 평균 구매금액도 7만원대로 화장품 품목 중 높은 편이다. 

박 회장은 "초창기 미국 매니큐어 시장이 한해 300~400% 성장했는데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도 50~100%성장하면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유통망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 2020년까지 아시아권에서만 15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인코코는 올해 한국에 물류센터 및 R&D센터를 짓는다. 스킨케어 사업과 네일 및 메이크업 익스프레스숍 가맹 사업도 시작한다.

그는 "한국 인천, 김포 등지에 물류센터를 만들어 이를 아시아 거점지역으로 활용하고 내년까지 30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것"이라며 "백화점, 편집숍, 네일바 등 유통망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올해 한국에서 2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도 확대한다. 박 회장은 "중국은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판매에서 굉장한 매출이 나오고 있어 2년 뒤에는 미국과 견줄만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아시아 시장이 인코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로레알, 샤넬, 에스티로더 등 유명 브랜드에 ODM 납품을 하면서 액상 네일의 30% 이상을 대체해 왔는데 이들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시장을 의도적으로 축소시켜 위기가 몇 차례 왔다"며 "인코코라는 자체브랜드를 통해 미국 대기업들의 영향이 덜한 일본, 한국, 태국 등을 집중 공략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창업 컨설팅하는 재능기부 회사 준비중 
 
박 회장은 은퇴 후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한국 중소기업을 위해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미국에서 겪었던 생존 노하우와 언어장벽, 경영 전략 노하우를 공유하는 재능기부 형태다. 이미 미국에서도 예술 활동을 하는 유학생들에게 데뷔 기회와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나처럼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이 글로벌라이징에 성공했던 경험을 공유하면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국위선양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숨은 강소 기업들이 언어 때문에 한국과 중국에만 갖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남들보다 얼마나 '잘하는가'를 평가하고 경쟁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콘테스트'와 특정 배역에 가장 맞는 사람을 고르는 '오디션'이 다른 것처럼,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세상을 바꿀 비지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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