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북한은 왜 지금,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일까.
◆"충격 극대화" & "對 국제사회 '벼랑끝 전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핵개발과 관련 언급을 자제해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은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때문에 이번 4차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받는 충격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등 평화적인 대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당분간 핵 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외부의 시각을 뒤집 듯 북한이 이날 전격적으로 핵실험에 나선 배경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능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핵보유국 지위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받으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에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미대화에 직접 나서고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북한이 이번 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확인한 후 오는 5월 초에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 때 외교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차(핵실험)까지는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대응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북한은 일단 핵 실험을 강행하고 국제사회의 반응을 확인한 후 오는 5월 초에 열리는 노동당 대회를 통해 외교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결국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에 북한의 핵능력을 명확히 보여주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 차원에서 군사적 능력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북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걸 염두에 두고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선 협상 테이블로 미를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역대 핵실험 진앙지는 풍계리 실험장 인근
북한이 이날 강행한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의 진앙은 풍계리 핵시설 인근이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이 지목한 이 곳은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 12일 풍계리에서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도 규모 5 안팎의 인공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이 지역에서 규모 4.9(기상청, 지질자원연구원,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분석)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됨에 따라 즉시 감시 장비로 이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후 발표를 통해 핵탄두의 소형·경량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해 2월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핵실험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3차 핵실험은 규모 5.9~5.1로 위력은 6~7kt(1kt 다이너마이트 1000t)에 달했다. 방사능 낙진이 검출되지 않아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일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기존 플루토늄에 고농축우라늄(HEU)을 함께 사용하는 혼성실험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2009년 5월 25일 실시했던 2차 핵실험 직후에도 규모 4.4 정도의 지진파가 잡혔고 폭발력은 2∼6㏏이었다.
2006년 10월 9일 이뤄진 1차 핵실험 당시에는 지진 규모 3.9에 폭발력이 1㏏이었다. 북한의 1·2차 핵실험에는 플루토늄이 이용됐다.
지난해 12월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한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위한 새로운 터널을 굴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던 동쪽 갱도와 2009년과 2013년 2차·3차 핵실험을 했던 서쪽 갱도, 그리고 2009년부터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남쪽 갱도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