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야 대치로 결국 해를 넘긴 쟁점법안의 국회 처리가 미지수다. 오는 8일 종료하는 임시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제19대 국회에서 결국 '미결'로 남기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여야가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 해도 석 달여 앞으로 닥친 4·13 총선 준비로 인해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터라, 처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여야는 이들 가운데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했고,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사실상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에 실패하면서 '선거구 실종'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고도, 책임 소재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3일 구두논평에서 "야당은 안철수 의원 탈당과 지도부 분열로 국회에서 법안 심의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여당을 위한 법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인 만큼 새해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이나 쟁점 법안에서 야당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면서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버티지 말고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여야 모두 '밀린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마저 희박해보인다는 점이다.
오는 14일부터 총선일까지는 의정보고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원들은 본업인 법안 심사에 큰 열의가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주부터 여야 지도부간 공개는 물론 물밑 접촉도 거의 실종됐고, 이번 주 쟁점 법안의 소관 상임위도 전혀 예정돼 있지 않다.
여야가 막판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 타결을 할 수도 있지만, 더민주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사태 이후 지도부가 협상에 전념하기 어렵고, 새누리당 역시 공천룰 세팅 작업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노출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현재를 '경제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안 외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 없이 직권상정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여야가 쟁점법안 심의보다는 또다시 정치공방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뜩이나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고 있는 야권이 어떻게든 정권의 도덕성과 연결시키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어 간단치 않은 청문 정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