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재정 흑자를 자랑했던 원유 수출국들이 끝모를 유가 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37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지난 2014년 중반에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가격이 추락한 것이다. CNN머니는 생수보다 저렴한 현재 유가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이라크 다섯개 국가에는 '재앙'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유 공급 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했고 이란이 조만간 원유 수출에 나서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이상 공급 과잉은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수요 부진이 유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원유 수출에 국가재정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은 경제 혹한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 다수는 지적했다.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 한 예다. 포퓰리즘 정책에 힘입어 일당 독재난 마찬가지였던 베네수엘라에서 최근 17년만에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150%까지 치솟아 국민들이 기초 생필품조차 손에 넣기 힘든 경제 악화 때문이다. 세계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도 악화일로다. 사우디 정부의 재정 수입에서 원유 수출은 90%를 차지할 만큼 유가는 경제 향방의 최대 변수다. 이미 사우디는 올해 재정적자가 980억달러로 건국 83년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할 만큼 경제가 삐그덕 거리고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가 긴축 재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5년 안에 국가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는 일부 지역 공무원에게 수개월간 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국고가 바닥났다. 전체 수출액에서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은 90%를 차지하는 경제 체질상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나이지리아의 경제성장률이 3.2%로 지난 1999년 이래 가장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였던 러시아도 정부 총세입의 절반이 원유와 가스 수출에서 나오는 만큼 경제 전망은 어둡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이미 경제가 하락세에 놓여 있기는 했으나 떨어질 대로 떨어진 유가가 경기 둔화를 부추겼다고 CNN은 전했다. IMF는 러시아의 올해 GDP가 3.8%가까이 떨어으며 2016년에는 0.6% 더 감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 기반이 전무해 원유 수출만 붙잡고 있던 이라크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까지 겹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IS격퇴를 위한 전쟁 비용을 대고자 이라크는 올해 내내 쉬지 않고 '펌프질'을 했으나 유가 하락으로 인해 생산량 증대의 효과는 없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원유 수출로 이라크가 지난해 하루 3억달러를 벌었으나 올해에는 2억4000달러로 대폭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