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만에 최대 적자 기록한 사우디, 휘발유 가격 67% 인상

2015-12-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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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유가 하락에도 끄떡없다며 자신만만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재정난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사우디 정부가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까지 인상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의 휘발유 가격은 정부의 통큰 연료 보조금 덕분에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개혁안에 따라 고급 무연휘발유는 리터당 16센트에서 24센트로 50% 올랐고, 보통 휘발유는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인상됐다.
이 외에도 경유와 등유 가격 인상, 전기와 수도에 지원됐던 정부 보조금 축소, 담배나 탄산 음료등 건강에 해로운 상품에 부가가치세(VAT) 도입 등이 개혁안에 포함됐다.

자드와 투자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체적이긴 하지만 늦은감이 있다”며 “개혁은 좀 더 일찍 실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971년 이래 44년간 사우디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이 단행된 횟수가 단 9차례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개혁안은 매우 파격적이다. 이러한 개혁안을 단행하게 된 배경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재정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는 최소 배럴당 106달러선에서 원유가 거래돼야 하는데 이는 여의치 않아 사우디가 개혁안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유가가 하늘 모르고 치솟았던 과거에 사우디 국고는 흑자를 자랑했다. 하지만 배럴당 35달러 선까지 추락한 유가는 현재 사우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우디는 하루에 원유 700만 배럴을 국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이로 벌어들인 수입은 정부 재정 수입의 90%를 차지한다. 전체 GDP에서는 40%에 달할만큼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체질을 지닌 사우디에게 유가 하락은 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내년에 세입이 크게 줄어 87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 웹사이트에 발표된 성명에는 2016년도 수입은 5138억 리얄(약 1370억 달러)에 그치지만, 지출은 8400억 리얄(약 2240억달러)에 이른다. 2015년도 재정적자는 건국 83년만에 사상 최대인 9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우디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지난 10월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단계 강등시키며 정부 지출을 줄일 것을 경고했다. 같은 달 국제통화기금(IMF)도 사우디가 긴축 재정, 세재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5년안에 국가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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