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넘어 온라인까지 장악한 나영석
업계 최고 흥행 파워를 자랑하는 나영석 PD가 론칭한 ‘꽃보다…’, ‘삼시세끼’ 시리즈가 일 년 내내 방송돼 지상파를 쉴 틈 없이 위협했다. 고꾸라지는 지상파를 비웃듯 솟구치는 시청률 덕에 덕분에 ‘나영석 타임’이라 불리는 금요일 오후 10시대 tvN 광고 단가는 10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월~목요일 같은 시간대 가격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언제나 지상파보다 딱 한 발짝 더
tvN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성공은 천편일률적이라 친숙한 지상파보다 딱 한 발짝 더 나아간 콘텐츠에서 나왔다. 전문 셰프의 요리 서커스가 된 쿡방 홍수에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레시피를 선보인 ‘집밥 백선생’과 우악스러운 먹기 대결로 변질된 먹방의 흐름에 진정한 미식의 즐거움을 환기한 ‘수요미식회’가 그랬다. ‘코미디빅리그’는 기존 공개 코미디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순위제를 도입, 게으르고 안일한 지상파와 거리를 두면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KBS2 ‘개그콘서트’를 발밑에 뒀다.
반면 새로움을 위한 강박적 도전은 외면당했다. 자녀들을 대도시로 떠나보내고 적적하게 고향을 지키는 시골 어르신들과 최첨단 로봇과의 동거 스토리를 담은 ‘할매네 로봇’은 ‘국내 최초 하이테크 시골 예능’이라며 요란을 떨었지만 방영 6회 만에 종영했다. 유세윤, 장동민, 이상민, 유재환이 방송기획자로 나서 각자의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기획, 큐시트 작성, 촬영까지 제작의 전반을 스스로 해나가고 tvN은 1시간의 방송 시간을 양도한다는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도전정신이 빛났지만 그뿐이었다. 시청률 1%를 넘지 못했고, 포털사이트에 ‘방시팝(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의 줄임말)’을 검색하면 ‘방시팝 노잼’이 자동 완성될 정도다.
▶지상파는 못하는 시리즈물로 재미 쏠쏠
시리즈제를 도입, 작품성과 차별성을 확보한 작품들이 판에 박힌 지상파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를 공략했다. 뚱뚱하고 못난 30대 노처녀를 내세워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린, 국내 최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2015년 시즌 14를 내놓고 최고 시청률 3.6%를 기록, 9년 동안 쌓아온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먹방에 스토리텔링을 결합, 장르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식샤를 합시다’ 역시 20~40대 여성의 탄탄한 지지에 힘입어 시즌 2를 방송, 먹방·쿡방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동사 드라마 중 가장 히트 상품인 ‘응답하라 1988’은 “1988년도를 배경으로 해 10, 20대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로 바꾸는데 성공, 최고 시청률 16.3%를 찍으며 비지상파 최초로 시청률 20% 돌파를 욕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