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사립학교 시설공사 총체적 부실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전북도내 사립학교 시설공사가 설계부터 시작해 예산집행과 결산에 이르기까지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립학교 시설공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있지만 도교육청은 시설공사 준공검사와 확인만 했을 뿐 자체감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열린 '전라북도의회 도교육청 시설사업 안전 시공을 위한 행정사무조사위원회'의 사립학교 시설공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증인심문에서 드러났다.

증인심문 결과, 익산시 W중학교 외부 창호공사의 경우 관급자재 선정을 위원회 구성없이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3명이 특정 관급자재를 선정해 설계사무소에 요청을 했음에도 교장은 ‘설계사무소에서 관급자재를 선정했다’는 식의 책임회피식 위증을 하다가 증거를 내밀자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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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정 의원은 자재선정위원회 없이 관급자재를 선정하는 것에 대해 “이와 같은 일이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져 왔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대부분의 학교장들도 관급자재를 W중학교처럼 특정업체를 미리 선정하고, 설계사무소에 넘겨주는 행태를 보이면서 “시설공사 자재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설계사무소에서 설계한대로 자재를 선정했다”고 핑계를 대는 등 시설공사 행정의 부정과 비리에 의구심을 낳게 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옥상방수 공사 또한 시방서(3mm)와 다르게 0.74mm∼1.33mm 등으로 시공하고, 우레탄방수액도 납품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부실시공으로 이어졌음을 밝혔다.

이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도교육청이 사립학교 시설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 드러났음은 물론이고 사립학교의 부적절한 행정을 묵인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사위는 “사립학교 시설공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사 관리·감독마저 지켜지지 않는 것은 그 동안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등이 지도·점검을 매우 형식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책임회피’식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양용모 행정사무조사위원장은 시설공사에 문제점을 드러낸 사립학교에 대해 “사립학교의 일상감사와 특별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에 황호진 부교육감은 “사립학교 공사의 사업주체는 학교에 있다”며 즉답을 피하는 등의 감사태도를 보였다.

양 위원장은 이어 “이번 행정사무조사에서 많은 비위가 발생하고 있는 일부 사립학교는 도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에서도 행정이 관여할 수 없다는 핑계로 관리․감독 업무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으로 공립학교 보다 더 많은 비위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번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중대 사안은 검·경에 수사를 의뢰하고 고발조치할 것”이라면서 "제도나 시스템 개선 사항은 더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거쳐 보고서에 담아 도교육청에 강력한 개선책을 요구할 계획이며, 시설공사에 각종 비리나 부실시공을 사전에 예방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