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커 앞에 나타난 야만인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중국 중견 건설업체 바오넝(寶能)그룹이다. 바오넝 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완커 경영진은 ‘포이즌 필’ 제도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고 응수했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에 대응해 이사회가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이 싼값에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바오넝 그룹의 지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심산이다.
완커는 지난 20일 선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한달 후인 내년 1월 19일 이전에 중대자산 구조조정 사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주식 거래는 늦어도 내달 18일 이전에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완커는 지난 18일 오후부터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시장은 완커와 바오넝 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오완 전쟁'은 바오넝그룹이 지난 해부터 첸하이보험 등 산하 계열사를 앞세워 완커그룹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올 9월부터 지분 매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17일 기준 바오넝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완커 지분율은 22.45%까지 늘었다. 완커의 기존 최대주주인 화룬그룹(15.23%)도 넘어서 최대주주가 된 것. 반면 왕스(王石) 회장, 위량(郁亮)총재 등 완커 경영진의 지분율은 고작 4.14%다.
왕스 회장은 지난 17일 바오넝 그룹은 신용이 부족하다며 적대적 M&A 시도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완커 경영진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바오넝 그룹의 자금 출처다.
실제로 바오넝 그룹의 완커 주식 매입 자금 중 자체 보유한 자금은 일부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은행 대출, 채권, 주식담보, 주식스와프 등과 같은 레버리지(차입) 자금이다. 완커 인수 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게 아니냐며 리스크 우려 목소리가 높다.
완커가 한 달내 주식거래를 재개한다고 선언하면서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될 것으로 간측하고 있다. 완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 필'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커에 자금을 대 줄 ‘흑기사’가 이미 나타났다는 소문도 시장에 떠돌고 있다. 중국 최대 식품회사인 중량(中粮)그룹, 중신(中信)그룹 등 3개 중앙 국유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완커 경영권 분쟁에 대해 중국 증권당국은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이미 시장주체간 인수합병 행위는 시장행위로 관련 법규에 부합하면 간섭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시나닷컴이 3만명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바오넝 그룹과 완커 경영진을 지지하는 비율은 각각 50.5%, 49.5%로 엇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