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같은 유사수신 잡으려면 사전압수영장 절실

2015-12-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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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류태웅 기자= 가상화폐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투자자를 모은 혐의로 유엔코인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가운데,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전압수수색영장 발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코인뿐 아니라 밸류인베스트코리아도 최근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정계 인사도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줬다.

유사수신 행태는 너무 다양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투자자를 현혹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밸류인베스트, 유사수신에 정계 로비까지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불법 유사수신 등에 대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사수신 업체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혐의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대표와 경영담당 범모 부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영업부문 박모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등은 금융당국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지 않고 7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액 7000억원 중 1580억원은 원금과 확정수익 지급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자를 모은 혐의다.

특히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명칭까지 사용해 광고를 하면서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크라우드펀딩이 아닌, 불법 유사수신에 가까운 형태로 판단한 상태다.

또 검찰은 이 회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긴급체포했다. 김 전 처장은 2013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철 대표로부터 수억원을 받았고, 상당액을 선거운동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크라우드펀딩이란 용어를 마치 유행처럼 아무 곳에나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을 혼탁하게 할까 우려된다"며 "투자자들도 크라우드펀딩의 개념을 바로 알고 투자에 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독버섯처럼 확산되는 불법 유사수신

단지 유엔코인이나 밸류인베스트코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사수신의 형태는 너무 다양해 투자자들 스스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감시의 범위를 한층 확대하고 있다.

대검찰청 및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은 최근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고 유사수신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기관들은 유사수신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무기한 집중단속을 실시해 관련자들을 엄중처벌하고, 불법수익에 대해 과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허가나 등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투자된 원금 보다 많은 돈을 벌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체의 행위가 단속 대상이다. 특히 금감원은 가상화폐, 수익형부동산 등을 중점 선정해 단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은 협동조합·영농조합 등을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거짓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유인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합 사칭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2012년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 현재 12건까지 늘었다.

◆예방 위한 사전압수수색영장 절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불법 유사수신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불법 유사수신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발생해야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7000억원대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유사수신 사건은 한번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며 "따라서 사전 예방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불법 유사수신 업체들이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들을 유치해도 영장 발부를 안 해주고 있다. 당장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찰이 녹음기를 옷에 넣고, 위장 등을 하면서 직접 현장을 녹음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을 사용할 수도 없다"며 "특히 금감원은 수사권도 없어 유사수신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물론이고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 대해서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수사당국에 통보했으나 아무 소득이 없었다"며 "법원에서라도 영장을 발부해줘야 사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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