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원조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이하 블프)' 행사가 지난 27일 자정(현지 시간)부터 하루 동안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쇼핑족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블프는 매년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는 ‘지구촌 최대 세일’ 행사로 꼽히지만 정작 미국 현지에선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면서 꼴불견을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미국 켄터키 주와 버지니아 주 등에서 소비자끼리 구매 순서 문제로 집단 패싸움을 하거나 일대일로 몸싸움을 벌여 이들을 진정시키느라 보안 요원과 경찰 등이 진땀을 뺐다는 소식도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블프는 블프였다. 앞서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블프에 9970만명이 쇼핑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블프의 온라인 시장규모는 약 18억5000만 달러(약 2조1390억원)로 전년보다 22.92%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블프 행사 직후 실제 실적은 온라인 판매 신장의 영향으로 당초 전망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시장분석업체인 어도비디지털인덱스(ADI)에 따르면 추수감사절(26일)과 블랙프라이데이 당일(27일)의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44억7000만 달러(5조16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ADI의 전망치보다 2.76% 늘어난 것이다.
블프는 미국 연말 세일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다.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30일), 크리스마스(12월 25일), 박싱데이(Boxing Day, 12월 26일)까지 대대적인 세일 행사가 잇따라 대기하고 있어 블프 실적 호조가 이들 행사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소매협회는 11∼12월 연말 쇼핑 기간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오른 6305억 달러(약 7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에 '세일' 딱지가 붙은 가격표가 실제로는 허구로 가까우며 살만한 물건은 0.6%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일부 판매업자들이 블프를 앞둔 10월에 제품 가격을 올랐다가 블프 때 다시 떨어뜨리는 수법을 쓰고, 아예 1년 내내 가격이 거의 그대로인 상품도 많았다는 지적도 했다.
계속되는 해외발 쇼핑행사에 국내 업체들도 맞불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K 세일데이’가 대표적이다. 오는 12월 15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에는 72개 유통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업체들은 지난 10월 정부 주도로 열렸던 한국판 블프가 제조사 미참여, 낮은 할인율, 적은 품목의 할인행사였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은 24.7%, 11개 온라인쇼핑은 26.7%, 대형마트는 4.3%의 매출 신장을 보였던 것에 고무돼 K 세일에 거는 기대도 크다.
실제로 K 세일 행사 첫 주말인 지난 20~22일까지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매출은 작년 겨울 세일 때 보다 4~8%까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K 세일과 별도로 사이버먼데이와 박싱데이 행사에 대응하고 유통가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할인전과 기획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이나 소셜커머스, 홈쇼핑 업체들도 고객 선점을 위한 방안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이번 연말 할인전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사전 준비를 벌인 곳도 있다.
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미국발 쇼핑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유통업체가 신선하고 차별화된 행사를 벌여야 한다”며 “가격적인 측면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상품 기획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는 한편 가격 외적인 각종 이벤트 마련에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