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베이징(北京) 창핑(昌平)구에 살고 있는 양(楊) 씨는 4살 아들이 있다. 하지만 수 십만 위안의 사회부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들을 호적이 없는 '헤이후(黑戶·무호적자)'로 만들고 말았다. 비행기도 못 타고 공립유치원을 보낼 수도 예방접종을 맞힐 수도 없다. 학교는 더 문제다. 공립학교는 갈 수가 없고 사립학교 학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부양비는 한 자녀 외 초과 출산시 내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양 씨의 사례를 들어 중국에 1300만명 이상의 헤이후가 있고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중국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헤이후는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찾을 수 없어 가난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회의에서는 "호적등록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기본권리로 사회적 화합과 안정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며 "당 중앙, 국무원 당국의 요구에 따라 인민을 위한 공안, 호적제도 개혁을 추진해 모든 헤이후가 없어지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헤이후 증가는 중국 당국이 1980년부터 실시해왔던 엄격한 산아제한정책, '한 가구 한 자녀'의 부작용으로 최근 '전면적 두자녀 출산'이 허용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완하이위안(萬海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거시경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지난해 당국 조사결과 중국 사회에 1300만여명의 헤이후가 있고 이중 60% 이상이 추가 출산시 물어야 하는 사회부양비를 내지 않기 위해 호적 등록을 포기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40%는 버려졌거나 미혼모의 자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이 추산하는 규모는 1300만명 수준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헤이후가 300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우려가 더 크다.
완 부연구원은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인구보너스도 거의 사라졌다"면서 "호적 등록과 사회부양비 납부 등이 연계되는 기존 정책을 폐지하고 등록 절차도 간소화, 전자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빈곤, 소외계층이 자발적으로 호적등록에 나서도록 하는 '동기부여'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이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농민공의 '시민화'로 진정한 도시화를 추진해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 안정을 실현한다는 당국의 목표와도 연관된다.
지난해 중국 도시 상주인구는 약 7억5000만명으로 도시화율이 54.8%에 달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도시에 거주한 2억5000만명의 농민공과 가족을 제외하면 도시 호적인구는 5억명 수준, 도시화율도 36.3%로 떨어진다. 중국은 호적제도 개혁 등을 통해 2020년까지 도시화율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