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수성 실패에 신동빈 입지 '흔들'…호텔롯데 상장도 원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롯데가 '면세점 대전'에서 잠실월드타워점을 뺐기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월드타워점 특허권 상실은 단순히 면세점 한 곳을 빼앗기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롯데는 14일 발표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발표에서 소공점은 지켰지만 월드타워점 면허는 두산에 내주게 됐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대표)과의 경영권 다툼과 면세점 독과점 논란 등의 악재 속에 결국 월드타워점 수성(守城)에 실패함으로써 신동빈 회장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호텔롯데 상장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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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추진됐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드타워점 매출은 소공점 매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연간 매출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한다.

이곳의 영업이 중단되면 당장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실사를 다시 거쳐야 하며, 기업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 실패의 후폭풍이 상상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두 곳의 재허가를 승인받지 못하면 호텔롯데 상장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거쳐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고 해도 상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신 전 부회장 측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지배구조의 안정성은 거래소 상장 심사의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신 전 부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동의 문제도 남았다.

규정상 최대주주와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특수관계인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6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아야 한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1%를 확보하고 있으며, 광윤사는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이 보호예수에 응하지 않으면 호텔롯데 상장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이날 "아쉽지만 결과를 수용하고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측을 상대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쿠다 롯데홀딩스 사장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쓰쿠다 사장은 신 회장과 손잡은 일본 롯데의 전문 경영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및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쓰쿠다 사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자신에 대한 허위 정보 및 과장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이사직에서 물러나기 전 급여를 받아온 주식회사 롯데,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등 4개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