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은 사제들’ 강동원, 명료한 배우의 삶

2015-11-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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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 역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이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오래 고민하더라도 결국 답은 있다. 무심한 것 같지만 어떤 질문에도 답은 준비되어 있다. 이토록 명료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 너머의 고민과 마주하는 순간, 금세 수긍해버리고 만다. 오랜 시간 공들였기에 내놓을 수 있는 명료한 답변들. 배우 강동원(35)이기에 가능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영화사 집·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둔 10월30일 아주경제와 만난 강동원은 어떤 질문에도 딱 떨어지는 명료한 수학 같은 인상이었다.

“‘검은 사제들’은 소재나 흐름, 구도 같은 것을 따졌을 때 분명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장르물이긴 하지만) 기승전결도 명확하고 캐릭터도 무게중심을 잡는 인물과 제멋대로 날뛰는 인물이 등장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재미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믿어요.”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 역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이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극 중 강동원은 의지와 신념이 확고한 김신부(김윤석 분)와 달리 때로 주변에 흔들리고 두려움과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하는 최부제를 연기했다.

김신부와 최부제, 두 아웃사이더가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벌이는 고군분투는 어쩌면 강동원의 ‘취향저격’일지도 몰랐다. 영화 ‘전우치’를 지나 ‘군도: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살피면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기도 해요. 가장 큰 주제이자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가 된 부분이었죠. 제 성격이 좀 그렇거든요.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남들이 다 응원하는 팀은 괜히 싫고…. 홀로 다른 팀을 응원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정말 이상한 놈’이라고 놀리기도 하고요(웃음).”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 역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이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무리 강동원의 취향을 저격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 그는 “힘들었던 것은 두 가지 정도 있다”고 운을 뗀 뒤 “감독님과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생각한 최부제와 제가 생각한 최부제가 약간의 차이가 있었어요. 만화 캐릭터로 따지자면 감독님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주장했고 저는 서태웅을 밀고 나갔거든요. 사실 두 캐릭터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웃음). 계속 두 개의 버전으로 연기했어야 했어요.”

그의 말마따나 강백호와 서태웅은 너무도 달랐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는 승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인 인물. 그만큼 드러나는 모습도 코믹한 캐릭터다. 하지만 강동원은 “아닌 척하면서 웃기는 서태웅의 이미지로 그리고 싶었다”며 강백호와는 반대되는 스타일을 밀었다고 말했다.

“두 가지 이미지를 다 맞춰야 하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제가 원했던 톤으로 다 붙여주셨더라고요. 시사회가 끝나고 ‘아, 감독님도 저게 맞다고 생각하셨구나’ 싶었죠.”

그는 최부제 캐릭터에 대한 갈등을 털어놓으며 자못 심각하게 “또 다른 고충은 감정표현이었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최부제인 만큼 ‘감정표현’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는 노릇이었다.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강동원은 불쑥 “창피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감독님께서 더 격한 두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감정표현을 더 했으면 좋겠다고요. 사실 그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는데 새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오열하는 장면은 모두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연기는 저도 처음이지만 스태프들도 생소한 거예요(웃음).”

그는 극 중 최부제가 겪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평소에 이 정도로 느끼지는 않으니까”하고 배시시 웃는다.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도 같이 웃음이 터졌다”고 더하면서.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 역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이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완성되지 않은 조각이자 비주류인 인물. 신학생인 최부제 역을 위해 강동원은 친분이 있는 신부님을 찾아 여러 차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신부님을 통해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웠고 “희생적인 정신”을 느꼈다고 했다.

“한 번은 신부님께 ‘어떻게 그렇게 손해만 보고 사느냐’고 물었어요. 제 입장에서 신부님이 너무도 힘들어 보여서요.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 견뎌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고해성사만 해도 그래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니까 ‘절대 말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듣기만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부님께서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일 뿐이야’라고 답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깨달았죠. 이런 사람들이 신부가 되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전달하는 자구나 하고요.”

귀를 빌려주는 것이 신부의 본질이라면, 타인의 인생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본질일까? 이에 강동원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 모르겠다”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연기할 때도 있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누군가의 삶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감독님이 만든 두 시간짜리 세계를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불편함 없이 만드는 게 배우의 본질 아닐까요.”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 역을 열연한 배우 강동원이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간단하고 명료한 그의 연기 철학은 그의 말마따나 “상업배우의 자세”기도 하다. 친한 감독님들의 권유에 “단편 영화를 찍을까 고민”을 하면서도 결국엔 “연기를 하면 될 것을 내가 왜 만들어야 하지”라며 대차게 접어버린다. “상업 배우기 때문에 당연히 흥행에 고민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그. 오히려 스스로를 ‘상업 배우’라 부르는 그의 태도는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왜 배우를 하느냐고 물어요. 간단해요. 재밌으니까요. 그랬으니까 여태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거겠죠. 연기하는 게 즐거워서 가끔은 이걸 못하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해요. 제가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말 못하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그만큼 연기하는 게 좋고 오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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