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얘기를 흔히 인용하곤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 과거의 성공에 연연하다가는 이에 도취돼 세월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성공의 단맛에 취해 변화에 둔감해지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경쟁에서 뒤쳐져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를 딛고 성공한 많은 영웅의 이야기가 있다. 책이나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져 소개가 된다. 하지만 반대의 케이스도 많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조명받지 못한다. 그 얘기를 듣거나 읽거나 보는 사람이 우울하니까. 성공에서 실패로 이어졌던 사례는 비단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코닥, 모토롤라, 노키아 등이 그렇다. 사진하면 코닥이었고, 코닥하면 필름이 연상될 정도로 코닥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었다. 미국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로체스터시와 로체스터대학교는 코닥의 파산으로 재정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정책, 정부, 나라 역시 ‘과거의 성공’에 연연하면 곤란하다. 반드시 뒤처지거나 실패하게 마련이다. 정책의 사례를 들어 보자. 서울 도심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붕어 잉어 쉬리 등 물고기를 보고, 물가의 버들가지를 만져볼 수 있게 한 청계천 복원은 참으로 성공한 정책이었다.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인공하천이다''운영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등의 비판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관광, 도시이미지, 환경, 휴식, 삶의 질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성공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 ‘청계천 정책’의 성공 모델에 취해 이를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정책으로 확장하는 순간 실패한 정책이 됐다.
요즘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배우러 오는 학자나 관료들이 많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쳤던 나라가 2015년 현재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한강의 기적’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 경험을 아프리카나 아시아, 중남미의 개발도상국에 전수해 주는 것은 정치적ㆍ경제적 효과를 넘어 대단히 바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경계해야할 점이 있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국민소득이 1000달러 전후에 머물 당시와 지금처럼 세계와 경쟁하고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는 경우는 전혀 정책의 환경이 다르다.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회원인 각종 협회가 구성돼 있고, 여기에 회장이나 부회장에 전직 관료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은 참으로 문제가 많다.
서른 살이 다 된 자식을 아직도 품안에 껴안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부모가 있다는데 꼭 그런 격이다. 우리 기업은 요즘 태어나자마자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다. 옆에서 박수치고 격려하면서 앞길의 장애물을 치워주면 된다.
왼쪽이다 오른쪽이다 천천히 가라 빨리 가라 간섭하기 시작하면 실패의 책임도 져야 한다. 3만 달러 시대에 맞게 정부의 규제도 세련된 품질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요즘은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사 교과서가 바뀔 판이다. 뭐든 정부가 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이 ‘실패’를 불러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