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이정주 기자 =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채무로 인해 극빈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을 위한 재기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책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직접적인 금융권의 지원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부터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 채무를 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채무감면 및 신용회복 등 재기 활성화 방안을 적용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사업실패 과정 중 연대보증으로 인한 채무가 있다면 최대 75%까지 채무를 감면해줘 재기를 돕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개인회생을 신청해 채무를 면책받은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같은 지원책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채무조정으로 초점이 맞춰진 정책 외에 이들의 재기를 위한 실질적인 구제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지원에 대해서는 금융권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은 가구 소득 가운데 법원이 정한 가구별 생계비를 제외한 돈을 모두 빚 갚는데 사용하고, 남은 빚을 면제해주는 제도"라며 "사실상 남은 빚을 갚지 않도록 탕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법이 정한 기한 동안은 금융권에서 신용거래를 제한하는 등 패널티를 받는 것이 사회 통념상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재기 방안에 대해서는 금전적이든, 프로그램이든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대출 등으로 재기를 돕는다는 것은 또다시 빚을 지게 하는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본다"며 "은행에서도 해당 대출자가 재기 가능성이 있는 지 등을 판단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고신용자들과 같은 금리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이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재기 지원이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의 리스크를 핑계로 자영업자들의 채무 기록을 10여년간 보유하며 이들의 금융활동을 제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대출을 처음 실행한 금융회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금융의 혜택에서 아예 이들을 제외시키고 90세 이상의 노인들과 같은 고객군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현 경제상황과 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자영업자들이 채무면책을 악용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금융당국이 나서서 사회의 빠른 진입을 도와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정보회사들의 평가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기본적으로 신용정보회사들은 채무 연체가 90일 이상 넘어가면 해당 정보를 최대 7년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채무에 대한 문제가 해소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복귀를 시켜야 하는데 해소 이후에도 여전히 고금리가 적용되는 등 금융소비자가 아닌 채권자인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이들을 위한 재기 프로그램이 마련되려면 우선 금융당국의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되고 면밀해질 필요가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들의 대안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