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원자 크기인 0.1 나노미터 너비와 밀리미터 수준의 길이를 가진 ‘금속 틈’을 제작하고 전자기파에 의해 유도된 ‘전자 터널링’ 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전자 터널링은 전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 장벽을 확률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말한다.
빛을 나노미터 크기로 한 곳에 집속(集束·빛의 다발이 한군데로 모이는 것)해 극소량의 생물 과 화학 분자를 정밀하게 검출하거나 집속된 강한 전기장을 물질에 가함으로써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하는 연구 분야인 ‘나노광학’은 자외선부터 마이크로웨이브까지 다양한 주파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김대식 서울대 교수와 이상민 아주대 교수 연구팀은 앞서 파장이 밀리미터인 테라헤르츠파 빔 크기에 맞게 1 나노미터 틈 배열구조를 만들어 테라헤르츠파가 틈 내부에 강하게 집속된다는 것을 관측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행하게 배열된 두 금속 필름 사이에 원자 크기인 0.1 나노미터 틈을 만들기 위해 이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수직으로 세워 금속 틈 사이에 끼워 넣은 구조를 제작했다.
이 구조를 통해 그래핀과 금속 사이에 존재하는 0.1 나노미터의 틈은 빛을 집속할 수 있는 이론적으로 가장 작은 공간이다. 이 틈을 수 밀리미터로 길게 만들어서 테라헤르츠파를 강하게 집속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옹스트롬 크기의 틈 내부에 테라헤르츠파를 강하게 집속함으로써 틈 사이에 전기장이 최대 17V/nm까지 걸리는 것을 발견했고 입사하는 테라헤르츠파의 세기가 증가할수록 전기장 집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강한 광학적 비선형성이 나타나는 새로운 양자역학적 현상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비선형 현상이 옹스트롬 크기의 금속 틈 사이로 빛이 집속될 때 두 금속 사이에 형성된 에너지 장벽의 한쪽 방향으로 전자의 터널링이 우세하게 일어나면서 나타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로써 연구팀은 옹스트롬 구조에서 양자역학적 현상을 다루는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전자소자 분야 등 첨단분야 혁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테라헤르츠파를 파장보다 작은 구멍에 집속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틈의 크기를 밀리미터 수준에서 나노미터 수준까지 줄여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크기인 0.1 나노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빛을 파장보다 천만 배 작은 틈에 집속시키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원자 단위에서 강하게 일어나는 전자의 터널링 현상을 빛을 통해 측정하는 등 양자 크기 수준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원자 크기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옹스트롬 광학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지 지난달 16일 온라인판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