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분야에 있던 지인이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며 "이미 수십억원을 번 만큼 혹시 모를 금감원 검사로 난처해지기 전에 먼저 떠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에 있다 보면 수십년간 자기매매로 수백억원을 번 사람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며 "금감원이 자기매매 근절 방안을 내놓은 만큼 향후 사표 러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기매매는 본인계좌로 주식을 매도·매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탓에 증권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자기매매를 해 왔다. 회사 정보를 취급하는 애널리스트를 제외하곤 사실상 전 임직원들에 걸쳐 자기매매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이같은 자기매매로 시장 신뢰도가 저하될 것을 우려해 주식 매매 횟수를 하루 3회, 월 회전율 500%로 제한하는 규제 방안을 발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라 해도 모든 정보를 취급하고 수익을 낼 수는 없다"며 "금감원은 실제 다양한 시장 정보를 접하는 IB나 트레이딩, 홀세일브로커 등 극소수 직원들에 대해서만 제한을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떼돈을 번 1% 때문에 나머지 99%에 대해서도 같은 제약을 걸겠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문제된 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지 않는 이상,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임직원들의 자기매매는 음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