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했던 김기종(55)씨에게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살인미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지만 관심을 모았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는 11일 "피고인이 저지른 사건의 범행 동기와 공격의 반복성, 상해부위와 정도를 볼 때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본다"며 김씨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의 일부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긍정적으로 보긴 하나,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단정한다고 볼 수 없고 국가존립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진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한미국 대사에게 매우 비이성적이고 과격하게 위해를 가한건 사실이지만 국가의 근간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북한의 이념에 동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하며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우리사회가 만들어온 사회적 합의에 심각한 공격을 가한 것이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환경에서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우리사회, 나아가 남북한에 도움이 되는 연구활동을 해오며 이 사건 역시 개인적 이득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살인의 고의와 북한 주장 동조 행위가 분명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15년형과 자격정지 5년을 구형한 검찰은 선고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3월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왼쪽 손목 등을 과도로 수차례 찔러 공격했다.
김씨는 현장에서 관계자에 의해 제압당한 뒤 체포됐으며 리퍼트 대사는 병원에서 얼굴 상처를 꿰매고 왼쪽 팔 신경 접합술을 받은 뒤 닷새 후 퇴원했다.
김씨는 살인미수와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김씨는 추가 기소되자 "검찰 공소권 남용"이라며 재판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날 김씨는 파란색 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왔다. 한쪽 다리 부분은 바지를 벗겨놓은 상태였다. 김씨는 재판의 진행동안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