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째 0%대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
그러나 무더위 여파로 양파값이 70% 이상 폭등하는 등 밥상머리 물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은 이후 9개월 연속 0%대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상승해 8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5% 상승해 역시 8개월째 2%대를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하락했고,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신선식품지수는 4.0%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작년보다 3.4% 올라 가뭄이 영향이 컸던 7월(3.7%)보다 상승률이 낮았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은 16%, 경유가 20.1% 각각 떨어져 7월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8월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의 영향이 거의 사라졌고, 무더위 영향으로 채소값이 올랐다"면서 "9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3.4% 오른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주로 양파(74.2%), 파(48.9%), 무(33.1%), 마늘(32.3%) 등 농산물 값이 뛴 영향이다.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도 7.5%씩 올랐다.
채소값 상승은 1년 전 채소값이 떨어졌던 것에 의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업제품은 0.1% 내렸다.
등유(-26.4%), 자동차용 LPG(-22.5%), 경유(-20.1%), 휘발유(-16.0%) 등 저유가 영향을 받은 석유류 제품이 전체 물가를 0.93%포인트 하락시켰다.
전기·수도·가스도 11.3% 내려 물가를 전체적으로 0.58%포인트 끌어내렸다.
도시가스(-20.2%)와 더불어 전기료(-6.7%) 하락이 두드러졌다.
반면 서비스 가격은 2.0%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3.9%, 월세는 0.3% 올라 집세 전체로는 2.7% 상승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1.9% 상승, 전철료(15.2%), 시내버스료(9.2%) 등 대중교통 요금이 크게 오른 영향을 받았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1.7% 올랐다. 학교급식비(10.1%), 구내식당 식사비(5.5%), 공동주택관리비(4.2%), 중학생 학원비(3.3%)가 상승했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소비자물가는 올해 후반부로 갈수록 공급측에서 석유류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수요측에서는 실물경제 개선세로 상방요인이 예상된다"라며 "다만 이란 경제제재 해제 추이 등 지정학적 요인과 기상재해 등 변동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