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암 진단을 받은 것이 외려 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으로 암을 극복한 브라이언 볼드윈(65)이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웃어 보인다. 옆에는 투병 과정을 함께 했던 아내 수잔 볼드윈(53·여)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60대가 된다는 것.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지난 2006년 5월, 볼드윈은 한창 영업맨으로 활약하던 건강한 50대였다. 감기 증상이 낫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신장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종양은 이미 폐까지 전이돼 있었다. 신장암 표적 치료제를 처방 받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약값으로 연간 3만 6000파운드(약 6500만원)를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연장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년 반이었다.
“진단을 듣는 순간 오히려 꿈을 이룰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세계 여행을 꿈꾸며 살았지만 현실이 늘 발목을 잡았거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간 모았던 연금과 돈을 모두 인출했어요. 딱 4만 파운드(한화 7000여만원) 였어요.” 브라이언의 말이다.
집에 와서는 아내에게 진단 내용을 전하고 짐을 꾸렸다. 당시 40대 초반이던 아내는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이 여행을 떠난 동안 나 혼자라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권유에 같이 여행길에 올랐어요.”
볼드윈 부부는 그 길로 크루즈 여행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멕시코, 플로리다주 올랜도, 튀니지,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 스페인, 터키, 라스베이거스 등을 돌았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수중에 2만 5000파운드가 남아 있었다.
◇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는 인생 기대돼"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암과 맞서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브라이언은 암 선고를 받은 뒤 10년을 더 살았다. 의사의 예측보다 20배를 오래 살아남은 셈이다. 얼마전에는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어떤 종양도 발견되지 않았다.
암 전문가인 에밀리오 포르피리 버밍엄 병원 의사는 "내가 돌보던 환자 중에도 예측했던 시간보다 4~5년 오래 사는 경우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않고 10년이나 살았다는 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죠. 저로서도 놀라운 사례에요.”
암 재발 없이 10년이나 건강하게 살아 남은 비결이 뭘까. 브라이언은 망설임 없이 ‘긍정적인 사고’를 꼽는다. 암 선고 자체가 슬프지는 않았지만 6개월이라는 한정된 시간은 막막하기만 했다. "살아 있는 매일이 축복이었어요.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죠. 항상 최고의 순간으로 여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최근 집을 옮긴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은 현재 영국 중부 레디치에 산다. 와이트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 2개짜리 소중한 보금자리를 구했다. 덕분에 남아 있는 돈 중 2만 파운드(약 3700만원)를 써버렸다.
"남은 시간을 손주나 돌보며 살긴 아깝잖아요. 여기 이 섬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는 인생을 기대하고 있어요."
(위 내용은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의 26일자 보도를 인터뷰 형식으로 변형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