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26일(현지시간) 생방송 중 기자와 카메라기자를 총격 살해한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의 범행은 전형적인 ‘증오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지난 6월 발생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과 2007년 한인 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을 범행 동기로 밝혔다.
플래내건은 이날 범행 직후 자살 기도 직전에 범행 동기가 담긴 23쪽 분량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자살 노트'를 미 ABC 방송에 팩스로 보냈다.
자살노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WDBJ 방송사에서 근무할 때 썼던 '브라이스 윌리엄스'라고도 밝힌 플래내건은 첫 번째 범행 동기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가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 사건을 들면서 "인종전쟁을 선동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플래내건은 이어 2007년 32명이 희생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나는 또한 조승희한테도 영향을 받았다"면서 "조승희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범인보다 거의 2배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썼다.
그가 이러한 증오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정신적인 문제로 해당 방송사에서 해고된 전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플래내건은 방송사에서 해고되는 과정에서 회사는 물론 자신이 살해한 두 사람에 대해서도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CNN은 플래내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지역방송사를 옮겨 다니며 방송 기자로 일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방송사 기자 생활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인지 2000년대 중반부터 약 8년 동안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 뒤 2012년 3월 이번 사건이 일어난 WDBJ에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가명으로 입사하면서 방송사 기자로서의 꿈에 다시 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3년 2월 회사로부터 해고 당했다.
이 방송국의 제프 마크스 총괄국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플래내건이 나름대로 재능이 있고 경험도 있어서 방송사 기자로 채용했다"며 "그러나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마크스 국장은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트집을 잡을 구실만 찾았다"며 "이후 그가 몇 차례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건이 빚어졌고 우리는 그를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플래내건은 방송국에서 해고되자 곧바로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이의를 제기하며 직장 동료 대부분이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 살해한 WDBJ의 앨리슨 파커(24) 기자와 카메라기자 애덤 워드(27)도 불만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마크스 국장은 "이 가운데 아무것도 증거로 뒷받침된 것이 없다"며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버지니아주 남서부 로어노크의 지역 방송국인 WDBJ 아침 프로그램 생방송 도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두 기자를 플래니건이 총을 쏴 살해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총격을 가한 플래니건은 총으로 자살을 기도한 후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혀 병원에 옮겨진 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