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보행자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하면 100% 본인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차량 운전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행자들 역시 휴대전화로 인한 부주의를 스스로 책임져야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A씨의 요양급여를 내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고 차량 운전자 B씨와 그 보험회사를 상대로 A씨의 치료비를 요구하며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런데 그때 반대 차선의 정체된 차량들 뒤쪽으로 A씨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나왔다. A씨는 차량 운행신호 중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앞으로 나갔고 B씨 역시 A씨를 발견했을 때 이미 늦은 상태였다. B씨는 급정지를 했지만 A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등 진단을 받고 8개월여간 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으로 4300여만원을 부담하고 A씨가 본인 부담금으로 920여만원을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운전자 B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며 A씨의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이 사고에서 차량 운전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빨간불인 상태라 반대 차선으로 보행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당연하며 운전자가 그렇지 않을 경우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봤다.
또 B씨의 운행 속도가 그 앞 차량에 비해서 과속이라고 볼 수 없고, A씨가 B씨의 시야에 나타난 시점과 사고 발생시까지의 시차가 매우 짧다는 점도 고려됐다.
2심 역시 이런 판단이 옳다며 공단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