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차예련은 공포영화 전문배우가 아니다. 그는 ‘구타유발자들’ ‘도레미파솔라시도’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7광구’ ‘플랜맨’ ‘여배우는 너무해’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하지만 20일 개봉될 ‘퇴마; 무녀굴’(감독 김휘·제작 케이프로덕션·플로우식스·버티고필름) 덕분에 공포영화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은 좀 더 갖고 갈 전망이다. 그렇다고 차예련이 귀신 역을 맡은 적도 없는데 말이다.
“제가 좀 쎈 느낌이 있는데 공포영화에 출연하니까 그런가 봐요. 중국영화도 공포영화라니까 이제 다국적으로 공포영화만 찍느냐는 분도 계세요(웃음). 어렸을 때는 그런 질문이 싫었어요. 정작 작품 속에서 저는 귀신도 아니고 당하는 입장인데 말이죠. 장르로 포장돼 보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고요. 지금은 싫지 않아요. 어쨌든 저를 찾아주시는 거니까요.”
‘퇴마: 무녀굴’은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과 그의 조수 지광(김혜성)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유선)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다.
차예련은 미스터리한 일들을 담아내는 방송국 PD 혜인 역을 맡았다. 혜인은 금주가 치료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아주 중요한 정보를 빌미로 퇴마 과정을 촬영해달라고 한다. 환자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진명은 결국 촬영을 허락한다.
방송국 PD 역할에 대한 걱정도 있긴 했다고. 차예련은 “사실 스토리 안에 깊숙이 들어간 인물이 아니라 걱정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그래서 리액션을 가장 많이 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제 입장에서 놀라는 연기에 관객들이 함께 놀라길 바랐다”며 “억척스러운 PD부터 망가지는 연기까지 하고 싶었다. 초반 진명을 따라다니며 조르는 모습은 귀엽길 바랐다. 제 성격이 좀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차예련은 아직 점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빙의가 된 무속인, 즉 만신들을 보고 연기라고 하는 대중이 있기 때문에 주변인들로부터 정보를 구했다. 실제로 만신을 보고 온 지인이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는 말을 접하고, 상상으로 해야 하는 연기에 현실감을 더하기로 했다.
“아직 귀신을 본 적은 없어요. 귀신에 대한 존재는 믿지만 무섭지는 않더라고요.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솔직히 공포영화를 보면 항상 꿈에 나와 무섭기는 해요. ‘컨저링’을 보고난 다음에는 우리 집이 ‘컨저링’에 나온 집이었다니까요. 이번 영화에서도 제가 나오지 않은 부분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고 했어요.”
172㎝에 48㎏인 예쁜 PD가 있을까? 차예련은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운동도 좋아하고 유머도 좋아해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선배님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차이나타운’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김고은 씨의 역할도 욕심이 나고요. 액션도 있고 강한 캐릭터, 또는 아예 사이코적인 배역도 끌려요. 좀 더 입체적이고 싶다고 할까요? 이제는 칭찬을 받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데뷔 11년차이지만 저는 솔직히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쉬지 않고 달렸지만 아직 크게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대표작이 없다는 의미죠. 그래도 차예련이라고 하면 제가 생각나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에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꾸준히 하다보면 작품도 캐릭터도, 빛을 볼 수 있다고요. 이번에 중국 첫 진출도 저에게는 큰 도전이죠.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중국 분들이 저한테 관심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한국만큼 알아봐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예능도 10년만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는데 검색어 1위를 11년만에 처음 해본 것 같아요. 본업이 예능인데 길을 잘못 선택했나(웃음)?”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차예련의 솔직함, 시청자들은 그 솔직함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차예련의 매력을 느낀 것 같다. 기자 역시도 그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