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성격이 바뀌면서 기억을 잃어버린다. “오늘은 착한 엄마야? 나쁜 엄마야?”라는 딸 세연(윤지민)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금주. 남편(박재정)의 후배 장교인 유명 정신과 전문의이자 퇴마사 진명(김성균)은 금주에게 치료를 권한다.
지난 12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유선은 ‘퇴마; 무녀굴’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매력이지만 대본의 완성도가 매우 영향을 미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스토리가 단순한 게 사실인데 ‘퇴마; 무녀굴’은 묵직한 게 있었어요. 설화에 역사까지 녹여냈으니까요. 그리고 단순한 플롯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분명하게 살아있었던 것 같아요. 장점이자 강점이죠. 드라마가 강한 공포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에게 있어 숙제는 빙의라고 생각했어요. 빙의 연기를 처음해보기도 했고요, 작품을 선택하고 제일 고민을 했던 부분도 빙의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극복하는 모성애에 힘을 실어야했어요. 저한테도 18개월 된 딸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더 잘됐죠. 딸이 TV를 보거나 밥을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죠. 신기해요.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세상 모든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요. 아이들이 전부 내 아이처럼 소중하더라고요. 아이만 보면 웃음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사춘기가 와도 예쁠 것 같아요. 사실 세 살까지 평생의 효도는 다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예쁜 짓을 많이 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니까요.”
퇴마사 진명 역의 김성균과는 첫 호흡이었다고.
“팬 입장에서 ‘범죄와의 전쟁’이나 ‘이웃사람’을 봤을 때 진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저런 살아있는 연기를 하지? 실제로 시니컬하고 예민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만큼 몰입도가 깊은 배우니까요.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김성균과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나눠 가지면 되겠다는 스스로 위안도 했고요. 그런데 첫 만남에서 너무 소탈하고 인간적인 친구라 깜짝 놀랐아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성균 씨나 (김)혜성이, (차)예련이가 먼저 다가와 처음부터 친해졌죠. 서로 편하게 언니, 누나라고 해서 저도 마음을 활짝 열게 됐어요. 정말 착한 동생들을 만나 좋았어요.”
유선이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성균, 차예련, 김혜성과 같은 김휘 감독의 배려도 한 몫 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돌봐야했기 때문에 부산 로케이션이 부담됐던 게 사실. 김휘 감독은 촬영 기간인 두 달간 유선과 김성균의 가족들이 모두 내려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숙소를 잡아줬다. 김성균은 아이 둘에 임신한 아내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랬고, 유선은 나중에 시부모님까지 내려오실 정도였다. 차예련은 언니와 형부, 조카들이 내려와 가족들끼리 단체 회식을 하기도 했다. 남다른 패밀리십에 호흡은 절로 맞았다. 유선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촬영 기간에 이미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크랭크업 후에도 이틀이나 더 머물렀다”는 말로 당시의 기분을 설명했다.
“만약 엔터테이너의 자질이 보인다면 음악을 가르쳐 싱어송라이터이자 연기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싱어송라이터는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능동적인 것 같아요. 배우는 혼자만 작업을 할 수 없으니까요. 작곡과 노래를 함께 한다면 멋있을 것 같아요.”
왠지 유선의 바람대로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