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두 차례에 걸친 기습적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쇼크로 글로벌 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대 패자(loser)는 글로벌 IT의 거물 애플이 될 것이라고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경기둔화는 그간 애플 실적 향상의 주요 리스크가 돼 왔던 만큼, 애플이 중국의 환율 조정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내려가면 중국에서 위안화로 거둬들인 수익을 달러화로 환전할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애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 경쟁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애플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발 통화정책이 애플에 미친 파급효과는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11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결정 이후 증권 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5.16%나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4년 1월 이후 최대폭이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를 우려해 애플의 목표주가도 낮춰 잡았다. 투자은행인 제프리스는 애플의 목표 주가를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이 확대될 경우 애플이 불가피하게 중국 내 아이폰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해온 다른 기업들도 애플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근 2년간 위안화 강세로 매출 규모를 확대해왔던 얌브랜드(KFC와 피자헛 프랜차이즈 운영)가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60%를 중국에서 거뒀을 정도로 중국은 얌브랜드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일용품 업체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총 매출의 8%가 중화권에서 발생했다. 코카콜라 역시 다른 지역에서의 매출 부진을 중국에서 만회해왔다. 중국은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코카콜라의 3위 시장으로 코카콜라의 매출 8%를 책임지고 있다.
WSJ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지 생산체제인 만큼, 위안화 절하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그러나, 현대모비스 등은 중국 공장에서 일부 부품을 수입하고 있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희색을 드러내는 글로벌 기업들도 있다. 애플 제품 조립업체인 폭스콘이나 PC 제조업체인 레노버그룹 등은 위안화 약세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위안화로 환전하면 규모가 늘어나는데다, 중국에서의 생산비용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중국 내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누르고 스마트폰 판매 1~2위를 기록한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위안화 약세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