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의 시초를 1930년대 일제의 강압으로 입은 양장교복으로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 1886년 이화학당을 다니던 4명의 여학생이 입은 다홍색 치마저고리가 대한민국 최초의 교복이다.
비극적인 시기가 한 차례 지나고 모든 학교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교복을 제정했다. 하지만 군사정권 때인 1968년 문교부의 '중학교 평준화 시책'이 시행되면서 원활한 지역통치를 위해 삭발, 단발, 무채색 교복, 양철 단추, 학교 배지 등 교복 형태를 통일화해 학교별 특성을 없앴다.
현재는 5300여개 중·고등학교 중 95% 이상이 교복을 착용할 만큼 일반화됐다. 최근에는 소속감과 함께 학교의 정체성, 심미성 및 기능성을 고려하고 있어 동일한 교복 디자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4000여종의 교복 디자인이 존재한다. 단추, 원단 등의 원부자재 종류는 1만5000여가지에 달한다.
사이즈도 다양해졌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한 체형의 변화로 14~19세의 청소년은 과거에 비해 키도 커지고 다리도 길어졌다. 특히 중학교 때는 평균 7~17cm(여학생 평균 7cm, 남학생 평균 17cm), 고등학교 때는 4~5cm(여학생 평균 4cm, 남학생 평균 5cm) 성장하는데 모든 학생들이 체형에 맞게 교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품목(재킷, 블라우스/와이셔츠, 치마/바지, 조끼)당 12가지의 교복 사이즈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의 교복을 소량 생산하는 특수 구조를 갖게 되면서 일반 기성복과 달리 효율성은 낮다. 게다가 하루 8~15시간 매일 착용해야 하는 교복은 목적에 맞게 내구성 및 기능성도 최고여야 한다. 자유롭고 활동성이 많은 학생들이 3년 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원단 및 기능 개발은 필수다. 여기에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복 안쪽에 교통카드를 보관할 수 있는 소지품 보관 주머니를 개발하는 등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기능성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실용적인 교복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약 1만 명의 교복업 종사자들이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교복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복 폐지를 주장하거나 기능성과 품질의 차이는 무시한 채 오로지 가격으로만 교복을 판단하는 사회의 시선은 교복업 종사자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경조사, 면접 등 예를 차려야 하는 자리에 갖춰 입는 예복을 입었을 때 우리는 몸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교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학교 갈 때 입는 옷이라는 1차원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예복으로서 교복의 중요성과 가치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복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