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가다]代를 이은 녹차사랑…서경배 회장 "제주도를 녹차관광 메카로"

2015-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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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일본의 차(茶) 문화는 원래 한국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이 그것을 다듬고 가꿔서 자신의 것처럼 세계에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안하니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야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을 창업 한 고 서성환 회장이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서 창업주는 늘 "나라가 힘이 없고 문화 산업을 전파할 대기업이 없어 아름답던 한국의 차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그는 1979년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서 창업주의 녹차사업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사업 공표 직후 태평양 경영진들은 "화장품 사업으로 번 돈을 차 사업으로 날려버릴 수 없다"며 그를 압박했다. 차 재배를 위한 부지매입도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차밭 개간을 위한 부지 매입을 땅투기로 오인한 제주도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보다 좋은 차를 국민들에게 전하겠다'는 서 창업주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사재를 털어 녹차사업을 시작했고, 도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포기하지 않았다. 서 창업주의 노력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설록차는 36년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차가 됐다.

서경배 회장은 그런 아버지의 '뚝심'을 보고 자랐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가 만든 차를 제주와 연계해 세계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모델은 서경배 회장이 2001년 제주 서광다원에 개관한 녹차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이다.

국내 최초의 차 전시관인 이 곳은 '녹차 문화를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는 부친의 뜻을 지키기 위해 서경배 회장이 2001년 9월 개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아름다움과 녹차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무료 입장이 원칙이다. 

박물관은 녹차 히스토리는 물론 다도 체험과 햇차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제주와 연계했다. 현재 연간 관람객이 120만여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일본·유럽 관광객이다.

서 회장은 2013년 3월에는 오설록 티 뮤지엄 옆에 복합 차(茶)문화 체험을 위한 새로운 ‘오설록 티스톤(Tea Stone)'도 만들었다. 오설록 티스톤은 선조들이 먹과 벼루를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표현했듯이 우리 차문화를 확산하는 근간이 되겠다는 의미다.

오설록 티스톤에서는 발효차 및 블렌딩 티 체험, 다식과 입욕제 만들기, 추사 갤러리 관람 등을 경험할 수 있다.특히 발효차 개발에 얽힌 스토리를 접할 수 있으며, 제주 삼나무 통을 활용해 만든 발효차 '삼다연'을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다.

서경배 회장은 요즘 부친이 한평생 일궜던 '녹차의 대중화'를 '명품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 회장은 녹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2002년부터 다원 바로 옆에 국내 최대 규모의 차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 토양관리, 재배, 육종, 가공분야 등 과학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주 녹차재배 농가들에게 재배기법을 전수해 오고 있다.

2009년부터는 전 다원에서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 재배 방식으로 생산해 '제주 녹차'가 세계적인 녹차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제주 녹차 발전 연구회, 다원 주변 마을 등도 후원하고 있다. 특히 녹차 재배를 위한 비료, 친환경 약제, 포장재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 협력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오설록'은 지난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내외의 선물로 제공되는 등 국내 최고급 명차 브랜드로 입증 받았다. 

서경배 회장은 "아버님의 제주 녹차 사랑에 비하면 나는 아직 반의 반도 못따라 간다"며 "앞으로 제주내 식물종 및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K-뷰티-문화-체험을 융합한 관광 콘텐츠로 제주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개간 전 제주 도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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