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죄인이 된 기분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3월만해도 2만원선을 기록하던 주가는 8000원대를 기록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겼고, 조선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은 피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형국이다. 2분기 최대 3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이들은 “회사 정상화에 모든 것을 걸고 일로 매진할 것이다.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해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의 이같은 의지와 달리, 책임론에 대해서는 ‘네 탓’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에 나선다. 또 실사를 통해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이번 대규모 손실을 유발한 정황이 포착되면 민‧형사 고발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최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국민의 혈세를 이용한 지원안을 내놓을 뿐 책임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측은 관련 부실을 알지 못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제 몰랐을 수 있다”면서 “조(兆) 단위의 적자를 알고 있었다면 부실덩어리인 STX프랑스 인수를 대우조선해양에 제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재계 관계자는 “꾸준히 자신들의 인맥을 재무책임자(CFO)로 내려보낸 산업은행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산은측은 부실과 관련한 이슈들을 꾸준히 흘리며 책임론에 물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는 앞으로 추가부실 가능성 또한 상존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조선 3사가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시점에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설비 인도시점과 적자발표 시점이 일치하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됐던 골리앗 FPSO의 인도시점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송가프로젝트의 인도시점에 대규모 손실이 파악돼 적자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건조중인 해양설비가 인도시점에 어떤 부실로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