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제약업계가 여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숙취해소 시장에서 여성 전용 제품이 당당히 맞서는가하면 진통제와 소화제 시장에선 아예 여성 특성에 맞춘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별 차이를 의약품에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소화불량 및 속쓰림을 호소하는 20대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동화약품이 소화불량 경험이 있는 247명을 조사한 가운데 여성의 94%가 변비·설사·아랫배 통증 등 장 이상증상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미인활명수는 매실을 훈증한 생약성분인 오매 1200mg이 함유돼 여성의 변비·복부팽만감·묽은변 등의 증상을 개선했다. 액상과당 대신 프락토올리고당을 함유해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들의 기호도 고려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장이 불편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소화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전용 숙취해소제도 인기다.
여성은 음주 후 남성과 신체 반응이 다르다. 대한가정의학회 알코올연구회에 따르면 여성은 위에서 나오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20% 적다. 때문에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빨리 분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술 1잔은 남성의 2잔과 같다. 특히 음주 후 여성은 숙취해소 말고도 유방, 피부 손상 등의 위험이 높다. 특히 피부 진피층의 탄력이 떨어져 피부가 거칠고 처친다.
동아제약은 이러한 여성들의 특성을 반영해 여성전용 숙취해소 음료 '모닝케어 레이디'를 내놨다. 숙취해소에 좋은 미배아 대두 발효 추출액과 울금 외에도 피부 탄력과 보습에 도움을 주는 콜라겐, 연잎 추출물, 히알루론산 등을 추가해 음주 후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
대웅제약은 빵과 케이크, 초콜릿 등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약해진 여성의 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알파 우루사'를 판매 중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아 잦은 음주시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 알파우루사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여성들의 간 해독작용을 돕고 복용 편의성을 높인 여성전용 약품을 출시했다.
진통제 시장에선 이미 여성 전용 제품이 강세다. 배가 빵빵해지거나 몸이 붓는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여성의 생리통 때문이다. 현재 우먼스 타이레놀(존슨앤존슨), 펜잘레이디(종근당) 등을 비롯해 10여가지의 여성용 진통제가 경쟁중이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여성 전용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은 최근 성별, 연령별로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의약품을 출시해 제품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제약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틈새시장을 보다 세밀하게 공략할 필요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소득 수준과 사회 진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남녀 구분이 없던 의약품에도 여성들의 기호를 고려한 의약품이 출시되는 분위기"라며 "여성의 경우 맛과 성분, 디자인, 보용 편의성 등 취향이 훨씬 까다로워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