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일본의 퇴행적인 역사 인식에 일침을 가했다.
리 총리는 17일 오후 중국 지도부 거처가 있는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만나 "일본이 대국에 눈을 두고 역사문제에 대한 약속을 성실히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머지않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사죄 등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중일관계와 관련, "지난 몇 년 간 곤경과 곡절이 발생했고 현재 양국은 모두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양국 관계는 여전히 현저하게 민감하고 복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즘전쟁(2차 세계대전)의 승리 70주년으로 중일관계에는 도전과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법안에 대해서는 "일본은 마땅히 평화 발전적 정책을 계속 받들어야한다"는 표현으로 우회적으로 우려감을 표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대하는 정신을 갖고 중일 간 4개의 '정치문건'을 기초로 전략적 호혜관계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야치 국장은 이에 대해 "현재 일중관계에는 기회도 있고 문제도 존재한다"며 "일본은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할 것"이며, "역사문제를 직시하고 중국과 함께 대화소통을 유지하며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치 국장은 전날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책사인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중일 간 첫 고위급 정치대화'를 가졌다.
이날 양 국무위원은 일본 집단자위권 법안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평화발전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주변국의 중대한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에 불리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됐던 아베 총리의 방중 문제나 차기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본래 야치 국장은 시 주석을 예방하고 아베 총리의 '안부 인사' 등도 직접 전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시 주석은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 등 지린(吉林)성 일대에 있는 북중 변경도시 시찰을 위해 이날 베이징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