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배짱 크게 증설 투자경쟁에 나서 업체간 주도권 다툼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기능 합성고무인 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EPDM) 시장에서 선두 기업과 후발기업 간의 상호 견제가 불꽃 튄다.
특히 세계 1위 랑세스가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선두인 금호석유화학(금호폴리켐)을 비롯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등과의 경쟁심화 구도가 두드러진다.
랑세스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틸렌을 최대 70%까지 사용해 기존 석유기반 EPDM보다 친환경적인 신제품을 개발했다. 최근 이 제품의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지난달 북미 시장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랑세스는 이 제품을 연내 아시아에도 출시해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친환경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랑세스는 지난 4월 연산 16만t 규모의 중국 창저우 EPDM 공장의 가동에 들어가 아시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올 연말까지 독일 EPDM 생산체제를 모두 중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더불어 미국 텍사스와 브라질 EPDM 공장의 제품 품질 향상 차원의 설비 개선을 추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에 맞서 금호석유화학 계열 금호폴리켐은 지난달 말 여수 2공장 EPDM 생산라인 6만t 증설을 마치고 곧바로 추가 증설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금호폴리켐은 현재 총 생산능력 22만t으로 세계 3위 EPDM 메이커이다. 추가 증설을 하면 업계 2위인 미국의 엑손모빌(29만5000t)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선다. 1위 랑세스의 생산능력은 연산 48만t이다.
선두 업체의 잇따른 공격투자는 후발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압박을 줄 것으로 보인다.
SK종합화학은 중국 닝보화공과 합작해 연산 5만t의 EPDM 공장을 중국 저장성 닝보 지역에 건설하고 지난 3월부터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화학기업 베르살리스와 손잡고 총 1040억원을 투입해 전남 여수에 연산 20만t 규모의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와 EPDM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EPDM은 고기능성 특수고무로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로 각광받으며 전세계 연평균 3~4%, 중국에선 7%의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지속 증강해 세계적으로 이미 공급과잉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 고무 사업의 전방사업 수요가 부진해 사업 환경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업체들이 증설투자를 지속하며 작은 파이를 힘들게 나눠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