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새로운' 삼성물산 탄생하나?

2015-07-17 00:01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윤태구·김지나·한아람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운명의 날이 밝았다. 새로운 삼성물산이 탄생할지, 아니면 전날까지 양사 합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딴지걸기가 성공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찌됐든 지난 두 달여간의 공방은 오늘로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 각각 임시주총를 열어 양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주주 결의에 부친다. 안건과 주총 장소는 각각 상이하다. 삼성물산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일모직은 같은 시각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주총을 연다.

무엇보다 관심은 삼성물산 주총장에 쏠린다.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이번 주총 결의사항은 △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건 △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중간배당을 현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의 건 등 세 가지다.

합병계약 승인은 지난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에서 합병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를 주총에서 승인받는 것이다. 다른 두 안건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함으로써 상정된 것이다.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합병 계약 승인 외에 합병존속법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이 안건으로 올라 있다.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 통과된다며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ㆍ바이오 선도기업으로 거듭나 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삼성물산'의 탄생이 결정된다.

재계에서의 관심도 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번 합병이 결국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어떤식으로 작용하게 될지도 관심이다.

◇ 합병안 무난한 통과? vs 끝까지 가보자!

주총일을 하루 앞두고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일단 삼성측은 가벼운 마음으로 주총장에 들어설 수 있다. 법적 장애물이 일단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고등법원 민사 40부는 앞서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자사주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삼성으로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낸 가처분 2건의 항고심에서 모두 승리하며 삼성물산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상정하는데 대한 법적 장애물이 사라졌다.

또한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대표 기관투자자인 사학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비롯해 하나UBS운용·메트라이프생명·유리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합병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엘리엇도 물러서지는 않았다. 엘리엇의 폴 싱어 회장은 직접 나서서 다시 한 번 양사 합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싱어 회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CNBC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공동 주최한 '딜리버링 알파' 컨퍼런스 자리에서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심각하게 평가 절하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행동주의 투자자 입장에서 삼성물산과 싸움을 벌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주기를 여전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싱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시작 시간은 알아도 끝나는 시간은 모른다

결국 표 싸움이다. 삼성물산이든 엘리엇이든 한표가 소중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이날 의장을 맡은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개회선언과 함께 주총을 시작한다. 단상에는 최 사장을 비롯한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이영호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등 사외이사 4명이 자리한다.

주총은 600석 규모 5층 대회의실과 400석 규모 4층 중회의실에서 동시 진행된다. 삼성물산은 이날 주총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감안해 좌석 규모를 두배 늘려 1000석 가량 마련했다.

주주입장을 진행하면서 주총 참석률도 동시집계된다. 주총장 참석주주와 증권예탁원에 맡겨진 위임장, 엘리엇과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측 위임장 등이 현장집계된다. 참석률은 개회선언 직후 출석주주 및 주식수 보고에서 발표된다.

삼성물산측에서는 원활한 안건 통과를 원하겠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엘리엇이 이날 안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할 것으로 보여 의사진행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출석률이 70%일 때 46.7%, 80%일 때 53.4%, 90%일 때 60%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반면 7.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엘리엇의 경우, 자체 보유지분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중 절반만 추가 확보해도 승산이 있다. 70% 출석을 가정했을 때 3분의 1에 해당하는 23% 이상의 반대표를 모으면 되는 것이다.

한편 이번 합병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9월1일자로 합친다. 합병회사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주총일로부터 8월6일까지다.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은 8월18일까지다. 합병등기 예정일은 9월4일이고, 신주상장 예정일은 9월15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