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꼭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주는 동화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1950년대, 지도에도 없는 산골 마을에는 아직도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촌장(이성민)의 지도 아래 결집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방인인 악사 우룡(류승룡)과 아들 영남(구승현)이 마을을 찾아온다.
폐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서울로 향하던 우룡은 비바람으로 인해 마을의 입구가 나타나자 발걸음을 옮긴다.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를 건네며 하룻밤 묵기를 청하고, 촌장은 이를 허락한다.
“워낙 혹평들이 많아서요.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징그러운 쥐가 인기가 좋을 리가 없지요. 그래도 무당 역의 김영선 배우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다들 ‘후덜덜’하다고 하더라고요. 무당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큰 압박을 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작년 이맘 때 쯤 오랫동안 특수분장을 하고 찍은 장면인데 김영선 배우님도 만족하시더라고요. 처음 캐스팅을 위해 만났을 때 ‘짐승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누구 부인’과 같은 역할이 많았다고 하셨죠.”
처음에는 전형적인 무당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조감독이 “반대로 선한 눈매의 사람이 돌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고, 김광태 감독은 ‘손님’ 자체가 모험과도 같기에 캐스팅에도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캐스팅은 대성공이었다.
특히나 아이돌그룹 출신 이준에 대해서는 “정말 연기를 잘해줬다”면서도 “이준이 연기한 남수란 캐릭터는 지금의 1차원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나중에 남수와 촌장의 관계도 밝혀지는데 그런 부분들을 모두 편집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광태 감독은 “원시의 의식과 같은 것”이라며 “쥐가 나오게 하는 해우이나, 불, 쥐, 연기, 북소리, 피리 소리 모두 근원적인 공포를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손님’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호평보다 혹평이 많다. 김광태 감독도 솔직했다.
“연출이 ‘망’이라는 표현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전 어중간한 것보다 강렬하게 남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깊은 관심이라 생각해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원작과의 차이점은, 쥐를 데려가고 후에 아이들을 데려가 끝이 나지만 저는 그 쥐를 다시 불러들이는 게 가장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셈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거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랐죠.”
사실 이전에 데뷔를 준비하면서 3~4년을 몰입한 작품이 있었지만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다 생각이 난 게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원작 자체에 대한 재해석, ‘비틀기’를 빼고 살만 붙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됐다. 당시는 고용불안정, 인턴, 비정규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때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민국의 현실을 더해 지금 ‘손님’의 초고를 완성했다.
첫 데뷔작으로 판타지 호러 장르에 도전한 김광태 감독은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공포영화 감독으로 남겠다는 것은 아니죠. 히어로물을 해보고 싶어요.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데도 작은 시장이 아닌 한국에는 히어로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조금은 어두운 영웅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손님’으로 확실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 김광태 감독이 만드는 히어로물이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