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평해전’ 이병장 한성용 “저같은 고참, 이제는 없겠죠?”

2015-07-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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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제작 로제타시네마)은 실제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하지만 전투장면 말고도 실감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이병장이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당시 벌어진 북한과의 전투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투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나라를 지키려 했던 정장 윤영하(김무열) 대위를 비롯해 조타장 한상국(진구) 하사, 의무병 박동혁(이현우) 상병이 긴박한 해전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한 전우애를 소재로 했다.

김무열, 진구, 이현우 외에 이완(이희완 역), 이청아(최대위 역), 천민희(지선 역), 김동희(권기형 역), 권시현(김승현 상병 역), 김지훈, 김희찬 등이 호흡을 맞췄다.

이병장은 정말 얄밉다. 박동혁 상병을 그렇게 괴롭힌다. 흔히 말해 ‘갈굼’이 장난이 아니다. 실제 참수리 357호 대원은 아닌, 가상의 이병장을 연기한 한성용을 9일 오후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저는 박동혁을 힘들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웃음). 예전 군생활을 떠올렸죠. 촬영 때 주변에 있던 해군들에게 에피소드를 물어보기도 했죠. 어떤 갈굼이 있느냐고요. 간부들한테도 물어보고 병사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요즘에는 별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모르게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있긴 하지만 많이 없어졌다고요. 남들은 연기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저는 어떻게 하면 이현우를 힘들게 할까 고민했습니다(웃음). 이제 저 같은 고참은 없겠죠?”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다들 친해졌지만 초반 이현우와 거리를 뒀다. 앞으로 발생할 ‘갈굼’에 있어 감정을 싣기 위해서였다. 이현우 역시 살짝 멀리 했다고. 촬영을 하면서 친해진 둘은 나중엔 밤새 연기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정도로 친해졌다. 이현우가 평소 싹싹해 애교도 많았단다.

“영화를 본 지인들이 ‘너 진짜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감독님은 현장에서 제 연기를 보고 한숨을 쉬시면서 ‘나 군대 때도 딱 너 성용씨 같은 상관이 있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죠. 2006년 상무대에서 정훈조교이자 군종병으로 군복무를 했는데 저 때도 갈굼이 있었거든요.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가기 전 실제로 만난 357 생존자 중 한 명은 한성용에게 “박동혁에게 미안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이병장은 후반부 전투가 시작되자 누구보다 생존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한성용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권기형을 연기한 김동희 형이 그러더라고요. 영화지만 주변에서 동료들이 쓰러지자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게 됐다’고요. 저도 일단 윤영하 대위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난 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게 있었어요. 아는 사람이 쓰러지니까 말이 안 나왔어요. 그냥 멍멍했죠. 배 위에는 진짜 피할 곳이 없더라고요. 육지보다 공포감이 2~3배 깊었어요. 포탄 특수효과도 실감난 것도 있고요. ‘고지전’ 촬영 때 경험한 것인데도, 육지와 바다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다는 빠져도 죽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한성용은 2004년 ‘바람의 파이터’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불량남녀’ ‘황해’ ‘서유기 리턴즈’ ‘나는 아빠다’ ‘장난스런 키스’ ‘푸른소금’ ‘챔프’ ‘오직 그대만’ ‘시체가 돌아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나는 왕이로소이다’ ‘웨딩스캔들’ ‘광해, 왕이 된 남자’ ‘간첩’ ‘7번방의 선물’ ‘분노의 윤리학’ ‘고령화가족’ ‘스파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우아한 거짓말’ ‘스톤’ ‘명량’ ‘화장’ 등의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9일 개봉된 ‘손님’에서는 마을에서 쫓겨난 문둥병 환자로 분했다.

연기의 시작은 극단 여행자에서였다. ‘한 여름 밤의 꿈’이 첫 작품이었다. 지금은 한석규, 남경주, 감우성, 지상혁, 이주승, 박주희가 소속된 클로버컴퍼니에 둥지를 틀어 좀 더 많은 작품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연평해전’만해도 오디션을 5~6번을 봤다. 영화 제작이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프로필을 넣었다. 대학로에 있는 작은 여관에서 2년 정도를 살면서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힘든 연극배우 생활이었지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는 한성용.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한성용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어진 것을 해내야하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신인 때는 한 작품 한 작품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저를 선택해준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성용은 롤모델로 조진웅을 꼽았다. ‘분노의 윤리학’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조진웅을 봤을 때 존경하게 됐다며 꼭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역할의 크기를 떠나 자신의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한성용의 연기에는 감칠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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