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암 쉽쥬?”라는 말 한마디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날름날름 만들어내며 식욕을 자극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요리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8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tvN ‘집밥 백선생’ 녹화장에서 만난 백종원은 어찌나 말을 잘 요리하는지 듣고 있자면 호탕하게 웃느라, 찰떡같은 비유에 놀라느라, 내면의 깊은 진심에 고개를 끄덕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 덕을 톡톡히 봤다. 4주 연속 시청률이 올라 7일 방송은 시청률 7.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고, 순간 최고시청률은 8.7%까지 치솟았다. 업계에 “지상파 드라마국이 화요일마다 ‘집밥 백선생’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한다”는 소문이 돌 만하다.
그럼에도 전통 셰프가 아닌지라 “외식업체 프렌차이즈 맛” “짠맛과 단맛으로만 이뤄진 맛”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백 대표는 “족보도 없는 놈이 떠든다고 뭐라고 하기도 하는데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저 셰프 아닙니다”라고 먼저 선수 친다.
7일 방송에서 직접 말했듯이 사람들이 너도나도 요리를 시작하면 외식산업에 타격을 입는데, 백종원은 왜 사람들로 하여금 요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식당 하면서 제일 억울한 게 손님들이 ‘정육점에서 삼겹살 100g에 3000원하는데 식당에서는 9000원을 받네. 이 자식들 3배를 뻥튀기하네’ 식의 단순 비교입니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파무침도 해보고, 상추도 사보고, 숯불도 피워봐야 ‘식당 가격이 합당하구나. 노력의 대가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요리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식당에 대한 마음도 열리죠. 그래야 외식 사업이 호황을 이루고, 능력 있는 사람이 몰리고, 그래서 해외에 진출도 하고 해야 한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지지 않겠어유?”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매출 1000억 규모의, 27개 브랜드, 국내매장 650여개, 해외매장 50여개를 보유한 거대 외식 업체다. 백종원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각국이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한식에 매료됐다고 하는데 이거는 오해예유. 우리 예전에 외국 패밀리레스토랑 엄청 많이 다녔잖아유. 맛도 맛이지만 외국 문화를 즐긴 거라고 생각합니다. 칼질하고 이런 거요. 중국도 한식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빠진 겁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한국 식당 말고도 외국 식당 다 잘됩니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식은 가끔 먹는 특이한 메뉴죠. 페루 음식, 터키 음식 처럼유. 사실 외국에서 한식이 자리 잡으려면 식당 운영을 한국 사람이 아니라 현지인이 해야해요. 우리 피자 생각해 보세유. 피자 처음 들어왔을 때 한국 재료로 값싸고 풍성한 토핑으로 만들어져 보급됐잖아유. 그런 것을 먹어버릇하니까 토핑 아무것도 안 들어간 것을, 토핑 많은 것보다 더 비싼 가격에 반감 없이 사 먹잖아유.”
방송도 사업도 승승장구하는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IMF 외환위기에 쫄딱 망한 경험이 백종원의 자양분이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하는 일마다 실패한 적 없었는데, 바닥까지 내려가니까 ‘인생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때 참 깨달음을 많이 얻었쥬. 망하기 전에는 다 연기였어요. 손님들에게 과도하게 친절하고, 직원들에게도 필요 이상으로 베풀고요. 근데 뭐 망하고 나니까 책상 치면서 월급 내놓으라고 협박하데요. 그때 생각했쥬. 뒤가 깔끔하려면 덜 착해도, 덜 겸손해도 그냥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심을 보여줘야겠다. 그래서 방송을 많이 해도 걱정이 없어유. 방송에서의 모습이 제 진짜 모습이라니까유.”